"비인기 종목 서러움이요. 잘 몰라요" 21살 청년은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 9월 제60회 전국씨름선수권대회 대학부와 선수권부 장사급 우승자 윤정수(경기대 3) 선수는 어려운 현실을 모르지 않지만 기죽거나 앞서 걱정하지도 않았다.
지난 13일 수원시 경기대학교 기숙사에서 만난 윤 선수는 전국대회 2관왕이라는 성과에 만족스러워하면서 다가오는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기대에 차 있었다.
씨름을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다. 학교에서 열린 씨름 대회에서 우승을 했는데 그 모습을 본 다른 학교 씨름부 감독이 '씨름 한 번 해보자'고 했다.
처음에는 하기 싫어 피했지만 집까지 찾아온 감독은 윤 선수를 학교로 데려가 씨름부 선수와 시합을 붙였다.
"덩치가 아주 작은 형이었는데 지니까 '욱' 하더라고요" 그래서 부평남초등학교에서 씨름부가 있던 인천 부계초등학교로 전학을 했고 씨름 인생이 시작됐다.
어렸을 땐 당연히 밤늦게까지 운동하느라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게다가 뛰어난 두 선수들에 밀려 만년 2등이었다.
중학생이 되어 항상 지던 선수들을 물리치고 전국대회에서 첫 우승을 했을 때 느낀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시청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불과 몇 초안에 승부가 나는 씨름은 박진감이 넘쳐요" 한판 한판 이길 때 기분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단다.
친구 사귈 시간이 별로 없는 선수들에게 아무리 승부지만 맨살 맞대고 운동하다 보면 금방 친해질 수 밖에 없는 인간적인 매력도 있다.
씨름이 대중적인 인기도 없고 선수로서 미래도 어두운 현실이 두렵지는 않을까. "많이 안타깝죠. 비인기 종목 선수로서 한계도 많고. 하지만 지금 그런 걸 가지고 고민하진 않아요"
이태현 선수의 프라이드 데뷔전 얘기를 꺼내자 윤 선수는 "미련해 보였다"고 잘라말한다. "명색이 천하장산데…." 흐리는 말끝에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차라리 유도 같은 운동을 했다면 세계대회 우승도 꿈꿔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찔러봐도 "씨름은 우리 전통 운동이잖아요. 씨름을 세계에 알리면 좋겠지만 사정이 어려우니까…."라며 웃기만 한다.
17일부터 경상북도에서 열리는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새벽 달리기, 오전 트레이닝, 오후 기술, 실전연습으로 맹훈련이 이어지고 있지만 윤 선수는 금메달을 목에 걸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른다.
"제 꿈이 천하장사거든요. 그 때까지는 다른 생각 안 하고 씨름만 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