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핵실험은 핵확산 금지조약(NPT)체제뿐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 더 나가 세계의 안보환경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행위이다.
북한정권은 1993년 1차 핵 문제 발생 시부터 대미 대결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냉전종식 초기에 북한은 소련의 해체와 러시아의 공산주의 포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였으나 경제적 실리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중국은 더 이상 구소련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을 깨닫고, 보상금을 받아 낼 수 있는 일본과 8차례의 회담을 했으나 관계 정상화가 진전이 없자, 미국과 직접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는데 그 수단이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 카드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과 미국간의 갈등은 제1,2차 북한 핵 문제로 표출되었다. 1차 북한 핵 문제로 1994년 북미 제네바 협의로 일단락되었지만 2002년 말 시작된 제2차 북한 핵 문제로 2006년 10월9일 북한의 핵실험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고 말았다.
북핵문제와 관련한 미국과 북한의 입장은 신뢰의 문제와 국익의 문제로 집약된다. 북한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결제봉쇄를 푼다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북미수교’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선결 과제로 제시해 왔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확실하게 포기한다면 경제지원은 물론 관계 정상화 문제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미국의 실제적인 딜레마는 북한의 요구가 ‘친 남한정책을 포기하라’는데 있다. 정전 협정에 기반을 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동맹 연장선상에 주한 미군이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것이고 동맹관계는 기본적으로 공동의 적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북한의 주장은 한미동맹과 한미상호 방위조약을 폐기하라는 것이며, 북미수교는 한미동맹과 상호방위조약의 폐기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이 곧 채택한 전략이 수교 이전단계까지만 북미관계를 진전시킨다는 ‘관계정상화’이다.
중국으로서도 북한의 핵무장은 일본과 대만의 핵무장을 불러올게 확실한데 일본과 대만의 핵무장은 중국의 입장에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핵 무장한 일본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마땅한 지렛대가 없는 상황에서 동북아 평화체재를 깰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으며 이 부분에서 미국과 중국이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북한 핵무장을 일본과 대만 핵무장의 명분이 된다는 차원에서 사전 봉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입장은 한층 더 단호할 수밖에 없다. 자국 내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일본은 북한 핵의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과 원폭 피해를 직접 경험한 나라라는 점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군사제재까지 포함해 가능한 단호하게 대처해 이번 기회에 북한의 핵개발을 포기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러시아 역시 약 40년 동안 미국과 함께 전략핵무기 감축을 주도했던 당사국으로서 핵무기 확산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이다. 강대국으로서의 위상 회복에 외교정책의 중점을 두고 있는 러시아로서 과거의 동맹이었다는 점은 큰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국제정치사회의 현실을 비춰볼 때 북한은 핵실험을 함으로써 결정적시기, 결정적 기로에 서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국제 사회의 주요 국가들이 합심해서 북한에 대한 장기 봉쇄를 지속할 경우 북한은 체제의 붕괴와 핵무기 포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북한은 장기적으로 보면 민족동질성을 회복하고 평화를 제도화해 통일의 초석을 놓아가야 할 대상이지만 단기적이자 현실적으로 보면 엄존하는 적이라는 이중성을 지닌 존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어떤 정책선택이 한반도 평화와 국익신장에 도움이 될지를 심사숙고하고 국론이 분열되지 않도록 국민통합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와 공동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미국과 중국이 전술적 제휴를 통해 우리 몰래 한반도의 정치지형을 뒤바꿀 수 있는 행동을 할 수도 있으며, 지나치게 국제공조에 앞서나가는 것은 북한의 서해5도 점령이라든지, 국지적 분쟁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북한 핵 문제는 단순한 남북문제가 아니며 북미간, 미주간 문제를 넘어선 세계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며 동시에 북한을 설득하는 일 또한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보다 발전하고 강화된 한미동맹의 틀 속에서 대북 핵 억제력의 보유와 핵우산의 보장을 위해서 국가의 존망을 걸고 노력해야 하며 일본의 핵 정책을 벤치마킹해 장기적인 측면에서 핵력개발(N-t)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파적 정치적 차원에서 북한 핵 문제를 활용하려는 시도는 국민과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