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록달록 곱디고운 색감의 천들을 촘촘한 바느질 한 땀 한 땀으로 엮어 만드는 조각보. 천연재료로 직접 염색한 자투리 천에 보일듯 말듯한 바느질 선만으로도 이렇게 우아하고 고상한 예술작품이 되다니.
지난 제43회 수원화성문화제 행사중 화성행궁에서 선보여 더욱 화제가 됐던 ‘빛을 그린 조각보 전’. 수원 규수들의 손 바늘 미학을 유감없이 발휘해 관람객의 찬사가 이어졌다.
7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할머니의 할머니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역사며, 여인들의 삶 속 이야기를 담아낸데다, 흠 잡을 데 없는 예술성까지. 어찌 이 매력을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느냐며, 규방공예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선 이혜진(강사ㆍ33)씨.
문화센터를 비롯해 각종 강의활동을 마다않는 그녀의 강사경력은 어느새 8년. 계기는 단순했지만 속 깊은 철학이 있기에 가능한 활동이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놓고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규방문화의 고급화 보다는 대중화가 우선이라고 결론을 내렸다는 그녀. 문화센터를 직접 뚫으며 아줌마들의 가슴속에 하나 둘 규방문화의 멋과 철학을 심기 시작했다.
그동안 그녀의 강습을 받은 사람 중에는 강사활동을 비롯해 수준 높은 작가활동까지 보이는 회원도 있다. “바늘은 한번 잡으면 놓지 못한데요.”라며 여염집 규수의 미소를 지어보이는 이씨. 현재 그녀와 함께하는 동아리 ‘조각보 이야기’ 회원만도 30~40명, 모두 수원지역 아줌마들이다.
조그마한 복 주머니를 비롯해 찻잔 받침, 대형 러너와 파티션, 아이들 옷까지 솜씨는 물론 쓰임새가 다양한 조각보展. 이씨는 “김용서 시장님이 오셨을 때 ‘작품들 모두 수원 주부의 솜씨’라 하니, ‘수원 여자 데려간 사람들은 복 받은 사람’이라 화답해 웃음바다가 됐다”며 지난 전시회를 떠올린다.
정신을 한데 모으고 한 땀 한 땀 정성을 이어가는 조각보는 만들어진 천을 잇는 서양식 퀼트와는 사뭇 다르다. 천 하나에도 양파, 치자 등 생활 속 천연재료로 색감을 내는데 은은하면서도 푸근하고 안정감 있게 멋을 더한다.
옛날에는 쓰임새가 컸던 조각보는 오늘날 그 의미가 달라지긴 했지만, 부녀자의 혼이 담긴 작품이기에 지금은 그 차체를 벽에 걸거나 테이블에 깔기만 해도 고급스러움을 물씬 느낄 수 있다. 보통 1달 정도의 작업 기간을 갖는 규방공예는 그야말로 ‘작품’이다.
믿기지 않을 만큼 정갈한 솜씨의 손수 만든 전통 한복을 입고 인터뷰에 응한 이씨.
우리의 아름다운 조각보 문화를 최근 일본에서 기모노에 접목시키는 움직임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커지는 그녀는 “규방문화만큼은 아줌마의 힘을 따를 수 가 없을 것”이라며, “수원모임을 기반으로 삶속의 생활문화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의지를 불태운다. 사르륵 붉은빛 저고리에 초록치마의 마찰 소리가 마치 할머니들의 옛날이야기처럼 정겹고 다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