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인’이라면 불만고객에 대한 경험은 다 있을 것이다. 불만고객은 일에 대한 능률을 떨어뜨린다. 항상 치과입장에서 불만고객을 응대하다가 지인으로부터 환자입장에서 느끼는 치과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듣게 되었다.

지인의 아이가 위, 아랫니가 흔들리고 오른쪽 어금니 잇몸이 계속 아프다는 증상으로 평상시에 다니는 치과에 예약을 하고 방문했다.

1차로 치과위생사에게 증상을 말하고 사진을 찍고 잠시 후 진료실에서 아이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이 때부터 아이는 겁에 질려 울기 시작해 진료과정 동안 몸부림치면서 저항을 하다가 결국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윗니 한 개를 발치했다고 한다.

지인은 아이의 주증상이 다 해결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다른 치아도 흔들리고 어금니 쪽 잇몸도 아프다고 해요” 라고 하자, 다시 눕혀서 보더니 “이건 나중에 빼죠.” “잇몸은 이상 있어 보이지 않아요.” 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인은 “그런데 아랫니가 윗니보다 심하게 흔들려서 밥을 잘 못 먹어요.” 라고 말하자 치과의사는 “그럼 그냥 오늘 뺍시다.” 하며 다시 약을 바르고 뺐다고 한다.

진료실에서 나온 지인은 매우 실망했다고 한다. 이 치과를 선택하게 된 동기는 본인이 평상시에 다니고 있는 치과였고 담당 위생사와 의사선생님의 상세한 설명과 말투가 너무 친절해서 아이의 진료도 받으러 방문한 것이었다.

그런데 아이 진료를 맡은 치과위생사의 말투와 표정은 너무 퉁명스러웠고, 내원하게 된 주 증상을 분명히 얘기했는데도 두서없이 진행되는 진료에 예약시스템마저 의심스러웠다고 한다.

무엇이 문제고 무엇을 개선해야 할까? 각자의 입장에서 다각도로 해석이 될 수 있는 문제이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주 증상에 대한 진료과정이 미흡했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환자의 불만을 모니터링 효과로 이용하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자.

불만고객 사연 중에는 지금 당장 개선활동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위 사연은 해당 치과의 게시판에 글까지 남겼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지인에게 질문했다. “그러면 다시는 이 치과에 안가고 싶나요?”  그런데 들려오는 대답은 아주 의외였다. 

"전 아직도 그 치과를 신뢰하고 진료도 지속적으로 받고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치과가 잘 되었으면 좋겠고 더 나은 모습으로 개선된 치과에서 진료 받고 싶은 마음에 게시판에 글을 남겼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아! 그동안 나는 속 좁은 치과위생사였구나' 라고 느껴졌다.

"불만이 생겼으니 '깨진 유리창의 이론'처럼 이젠 다른 치과로 가겠지?" 라고 당연히 생각하고 한 질문이었던 것이다. 불만고객을 향한 선입관과 고정관념인 것이다.

여기에서 경영인에게 중요한 점은 ‘개선활동을 하느냐’의 여부이다. 무엇인가 개선을 한다는 것은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꼭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컨설팅에서 흔히 얘기하는 ‘모니터링’이 자체적으로는 쉽지가 않다.

오히려 불만고객이 발생한다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모니터링의 효과로 여기고 불만사연에 대해 ‘현황 문제로 분석하고 상세 진단을 통해 개선방안을 수립하는 등’으로 한층 더 단단한 내부시스템 도약의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모든 컴플레인이 전적으로 치과의 문제라고 볼 순 없지만, 컴플레인이 결과라면 원인과 대안을 반드시 찾아야겠다는 접근은 꼭 필요하다.

이러한 개선활동은 치과만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스트레스에 지친 직무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직무 역량을 강화시키는 시너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James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Kelling)이 1982년 3월에 공동으로 발표한 ‘깨진 유리창(Fixing Broken Windows: Restoring Order and Reducing Crime in Our Communities)’이라는 글에 처음 소개된 이론이다.

서비스직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 이론은 어느 사소한 문제의 방치에서 비롯된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쉽게 수학공식으로도 표현되는 ‘100-1=99’가 아닌 ‘0(zero)'이라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병원 서비스에서는 환자의 신뢰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이 법칙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말 한 마디, 사소한 행동 하나에서 불신의 싹이 자라서 결국 치료까지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불만 고객은 늘 부담스럽고 힘들다. 하지만 고객의 컴플레인을 무시하지 않고 모니터링 효과로 활용하는 지혜를 가진다면 불만고객은 치과의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홍성길 전문기자  s1@suwonilb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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