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 내원한 환자는 진료 경로에 따라 심적 변화도 달라진다. 진료 전에는 공포심에 대한 긴장이 크고, 진료 후에는 치료 계획과 비용에 대한 걱정과 궁금증이 크다. 이렇듯 진료받기 전과 후로 환자의 긴장심리는 차이가 많이 난다.

이번에 다룰 내용은 진료 후 상담실에서 마주한 환자심리가 진료 동의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진료 후 환자들은 치과지식과 치료기간, 비용, 치료순서 등 치료계획에 대해 상담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의 치아 상태에 대해 비용을 포함하여 전반적인 내용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런데 치료계획이 복잡한 상담일수록 진료 동의율이 극명하게 갈린다. 

어떤 이유일까? 치료계획이 복잡하다는 것은 상담할 내용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뜻한다. 갑작스런 많은 양의 내용이 환자에게 전달이 되면 환자는 자기도 모르게 기억하고 싶은 내용만 찾아 저장하게 되는 상황이 펼쳐진다.

필자는 이러한 이유를 자연스러운 인간의 기억시스템에서 답을 찾고자 한다. 인간의 기억 시스템은 현재를 중심으로 과거를 재구성해서 기억하는 능력이 있고, 남겨 놓고 싶은 것만 구미에 맞게 제멋대로 저장하려는 습성이 있다.

기억은 기록할 ‘기’와 생각할 ‘억’이라고 하였다. 상담할 때에 환자의 뇌에 얼마나 인상 깊게 기록 되도록 상담하느냐가 핵심이다. 따라서 환자에게 남겨 놓고 싶은 기억이 되게 하려면 많은 양의 내용을 간결하고 핵심적으로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담자 입장에서도 핵심 있게 상담하지 않으면 어느 경우에는 두서없이 상담이 진행되기도 한다.

일반인은 치과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완벽하게 이해와 기억을 하지 못한다. 상담의 난이도를 낮추고 보조자료를 사용하여 쉽고 간결하게 상담을 하는 것이 옳다. 필자는 그동안 상담 경험을 비추어 볼 때 핵심 키워드를 찾아서 상담하는 것이 굉장히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즉 기억하게 하는 상담, 간결하고 핵심적인 상담법이 ‘키워드 상담법’이다. 

충치 원인으로 내원한 A와 B환자의 상담 예시로 ‘키워드 상담법’의 효율성을 알아보자. 참고로 예시에서 비교할 사항은 각 치아마다 처음 진단한 내용과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치아가 있는가에 주목하자.

A환자는 신경치료 해야 하는 치아가 2개, 간단히 떼워야 하는 충치가 3개이다. 반면에 B환자는 충치를 제거해 보고 떼우거나 신경치료 가능성 있는 치아가 2개, 간단히 떼워야 하는 충치가 3개이다.

A와 B환자의 진단의 차이점은 B환자에서 ‘가능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신경치료도 아니고 신경치료 가능성이다. 위와 같은 상담을 진행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핵심 키워드의 상담법일까?

첫 번째 간결하고 한눈에 보이도록 상담서식을 만들자. 원인, 치료단계(치료과정 포함), 비용의 세 가지로 간략하게 우선적으로 상담이 이루어져야한다. 상담지 서식을 만들어서 키워드 위주로 기록하여 상담하고 치과보관용, 환자용으로 환자를 드리면 환자의 이해를 돕고 기억되게 상담하는데에 성과가 있다.

두 번째 치료단계를 수치로 간결하게 표현하자. 일반적으로 당일 간단히 떼우는 충치는 1단계, 본떠서 떼우는 충치는 2단계, 신경치료까지 해야 하는 충치는 3단계 치료라고 한다. 그런데 신경치료 가능성은 2.5단계가 될 수 도 있고, 3단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환자에게 가능성을 제시할 때는 경우의 수가 2개 이상 들어가므로 내용이 갑자기 방대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을 설명할 때 위처럼 단계별로 키워드를 정해서 수치화하여 설명을 하면 환자에게 간결하고 핵심 있는 상담이 이루어져 기억에 남는 상담이 될 수 있다.

환자가 우리 치과를 내원했다는 것은 나의 치아 상태를 알고 싶고 치료해야 한다는 니즈가 최소한으로 있다는 증거이므로 환자에게 앎의 만족도를 얼마나 끌어올리고 치료의 필요성에 대해서 기억에 남게 상담하느냐가 행복한 치과로 가기 위한 차별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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