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9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염태영 수원시장이 작심하고 한마디 했다.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제도에 문제점이 많다는 것이다.(본보 4일자)
염시장은 4일 대구·경북 현장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1999년 IMF 외환위기 시절 도입한 예타제도로 인해 모든 지방정부가 중앙부처와 정치권을 향해 ‘예타면제’ 또는 ‘간소화’를 읍소하고 있다. 또 예타 평균 조사기간은 2009년 평균 7.8개월이었던 것이 2018년 평균 19개월로 2.4배나 늘었다. 이로 인해 사업 표류 가능성이 커지고, 재정의 투자 적기를 놓쳐 경기 대응력을 상실하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도 인용했다. ‘국가발전의 축을 지역 중심으로 전환’해야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저출산, 지방 소멸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예타 제도를 대체할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국회와 정부에 검토 착수를 요청하기도 했다.
염시장은 급속히 쇠락하다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건립해 연간 100만명이 찾는 국제관광도시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스페인의 도시 빌바오의 사례를 예로 들기도 했다. 인구 30만의 도시에 2000억원이 넘게 투자되는 큰 미술관을 짓는 이 프로젝트가 우리나라에서였다면 예타조사를 통과했을 것 같으냐고 꼬집었다.
염시장의 지적처럼 우리나라 예타 조사는 분명 문제가 있다. 이른바 ‘선심성 사업’으로 인한 예산 낭비를 막고자 1999년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다. 물론 일정부분 성과도 냈다. 하지만 운용 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점도 나타났다.
예타를 통과한 사업으로써 2012년 7월 운행을 시작한 의정부경전철은 5년 만인 2017년 5월 파산선고를 받았다. 4년 10개월간 누적 적자가 3600억원이나 됐다. 당시 의정부시 전체 연간 예산은 1조원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착공해 2012년 5월 개통한 경인아라뱃길은 길이 18km, 폭 80m, 수심 6.3m의 운하로써 총 사업비 2조6700억원이 투입됐다. 한강과 서해를 잇는 물류·관광 대동맥 구실을 기대했지만 실적은 저조하다. 개통 후 지난해 11월까지 운송된 화물량은 최초 계획 대비 8% 수준이며 승선객 수 역시 최초 계획 대비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KTX 노선도 마찬가지다. 평균 탑승률이 23%밖에 안 돼 폐선됐고 사업비 3000억원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예타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구간도 예타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수원 광교·호매실지역 주민들은 철도 사업 추진을 위해 광역교통시설 부담금 4993억원을 내고 입주했다. 그러나 광교~호매실 구간은 오랜 세월 사업 추진이 지연됐다가 올해 1월에야 겨우 예타를 통과했다.
예타의 문제점은 평가 과정이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예타를 건너뛰는 경우도 있다. 이제라도 예타의 허실(虛實)을 점검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