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로 새롭게 출발하자

[수원 포럼] 박종귀/ 아주경제연구원 원장(정치학 박사·경남대)

▲ 박종귀 아주경제연구원 원장
◇ 보이지 않는 FTA 효과 주목해야

한미 FTA 4차 협상을 앞두고 양국간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됨과 아울러 국내 각 정당과 이익집단, 그리고 시민단체들의 찬반논쟁이 격렬하다. 경제적인 이해득실과 관련하여 예상되는 효과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양측의 주장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립적인 입장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검토하면 합리적인 계산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한미FTA가 가져올 수치화 할 수 없는 효과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 및 안보의 효과에 대해 보다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한미FTA 협상이 단순히 관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무역구제 등 비관세장벽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미FTA는 한국 상품의 대외 신뢰도 강화, 기술이전의 촉진, 산업구조의 선진화 등 구조적 선진화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은 수입관세율은 낮지만 각종 비관세 무역장벽을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은 쿼터제 등 수량규제 조치만을 취했으나 1970년대 말부터는 반덤핑, 상계관세, 특허권 침해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기업들에게 최대의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한미FTA는 이같은 비관세 장벽을 해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이미 통관과 무역구제 조치 등 분야가 주요 의제로 설정되어 양국간에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FTA의 경제적 효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한국의 안보에 포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간접 효과일 것이다. 한미FTA는 한국과 미국의 경제관계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한미관계를 강화시켜줄 것이라는 점이다.

한미FTA는 한미관계를 호혜적인 동반자 관계로 승격시켜줄 것이며, 불확실한 동북아 정세에서 우리의 안전을 확보함으로써 새로운 도약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미국과의 안보 및 경제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아직 미국과의 FTA를 체결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을 미국과 연결하여 한국이 동북아 중심국가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약자가 강자를 섬기는 사대(事大)가 아니라 정치경제적 초강대국인 미국과 대등한 관계에서 한국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확보하기 위해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정하는 것이다.

◇ 한국의 ‘업 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막 지식정보사회로 진입하는 시대적 전환기에 서 있다. 이처럼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는 엄청난 충격을 감내하고서라도 미래를 향한 험난한 길을 능동적으로 개척해 나갈 것인가, 아니면 최대한 고통을 줄이면서 현상을 유지하고 미래의 환경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변화하기를 기다릴 것인가 중 양자택일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대한민국의 ‘업 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세계화와 지식정보화의 거센 물결을 정면으로 받아들여 타고 넘는 것이 한국과 미국의 FTA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미FTA는 천시(天時)와 지리(地利)에 부합하여 한국의 국운을 다시 열어나가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일본은 농촌지역에 지지기반을 둔 집권 자민당이 농업분야 시장개방에 따른 국내 반발을 우려하는 등 정치적 부담 때문에 미국과의 FTA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한미FTA 협상 추진과 중국의 FTA 협상 가속화에 따른 위기감이 작용하여 한일FAT 협상의 재개와 미국과의 경제통합 논의 등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아직 미국이나 일본과의 FTA를 논의할 경제발전의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난 5년간 표류를 거듭하던 WTO 도하개발 아젠다(DDA) 협상이 지난 7월 24일 잠정 중단되면서 앞으로 다자협상 대신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국내 4대 연구기관의 공동 연구결과에 따르면 경제적 이익, 산업발전 전략, 농수산물 민감도 등을 종합적으고 고려할 때 세계 5대 경제권(미국, 일본, ASEAN, 중국, EU) 중 미국과의 FTA가 한국에게 가장 유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70%에 이르는 한국경제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세계 경쟁에서 낙오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통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의 발굴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한미FTA가 최선의 방안이 될 것이다.

오랜 역사를 통해 수많은 침략과 동란을 극복해온 우리 한민족은 20세기 후반에 들어 50여 년의 유례없는 번영을 누려왔다. 이제 우리 앞에 펼쳐진 21세기를 능동적으로 개척하기 위해 천시와 지리를 잘 활용하고, 민족 구성원 모두의 인화(人和)를 슬기롭게 이루어내자. 기회는 언제까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