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분이지만 저의 조혈모세포를 기증받으신 분이 꼭 완치하셔서 건강하게 살아가시길 바란다”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기증한 수원시 교육청소년과 평생학습팀 지가영(37) 주무관의 말이다. 그 환자가 나중에 조혈모세포가 필요한 상황이 온다면 또 기증할 것이란 약속도 했다.
지 주무관은 6년 전 함께 근무하던 직원이 ‘혈액암’ 진단을 받자 동료직원들과 함께 조혈모세포 기증 서약을 했다. 그리고 6년만에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으로부터 조직적합성항원(HLA) 유전형이 100% 일치하는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기증을 결심했다. 가족들도 동의했다. 기증과정에서 며칠간 입원해야 하므로 직장에도 양해를 구했다. 본인이 자리를 비우면 다른 동료들이 그만큼 일을 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청소년과 최승래 과장을 비롯한 동료들은 “정말 훌륭한 결정을 했다”며 “아무 걱정하지 말고 잘하고 오라”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기증을 마친 지가영 주무관은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전혀 힘들거나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기증 과정은 다소 번거롭다. 또 기증자의 생각이 바뀌거나 가족이 기증을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기증 포기자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기증자는 만 18세 이상~만 40세 미만 건강한 사람만 가능하며 까다로운 검사를 거쳐야 돼 기증자의 신체 건강이 필수다. 지주무관은 ‘헌혈하듯이 비교적 간편하게 기증’을 할 수 있었다고 했지만 기증자들의 후기를 읽어보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임을 알 수 있다. 어느 기증자는 “비록 세포를 받는 환자가 100% 살 수 있다는 보장도 없지만, 내가 (기증을) 안 하면 100% 죽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모두 참을만한 과정이었다고 생각 한다”는 후기를 남겼다.
조혈모세포는 ‘혈액을 만드는 어머니 세포‘다.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모든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진 세포로서 기능에 장애가 생겨 정상적인 혈액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백혈병, 재생불량성빈혈, 면역결핍질환 등이 발병한다. 병든 조혈모세포를 완전히 제거 후 조직적합성 항원형이 일치하는 기증자의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으면 완치될 수 있다. 그러나 일치확률은 환자와 부모 5%, 형제자매 25%, 타인은 수만 분의 1밖에 안 돼 기증자를 찾기 어렵다.
지금 이 시간에도 조혈모세포 이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수많은 환자들이 있다. 지 주무관의 바람처럼 더 많은 사람이 조혈모세포 기증에 참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