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현대적 도시정비 역사를 보면 기존 주민들의 거주지속성과 자발적 참여를 고려하는 도시재생 개념이 요근래 등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시정비 초기부터 도시재생적 입장에서 추진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도시는 일제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기존의 골격은 대부분 사라지는 대단위 파괴가 발생하였습니다. 도시민을 위한 주거환경개선은 사회환경이 어느 정도 안정되기 시작한 이후 서울시를 중심으로 선도적으로 추진되었습니다. 1970년 4월 지방장관회의 후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서 현지개량 대상선정기준을 정하고 1972년부터 토지사용권의 확보(사유지는 사용승인, 국유지는 불하)를 전제로 공공시설의 50-100%를 서울시가 지원하고, 지구별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주민스스로 주택을 개량하는 체계를 갖추었습니다. 

1973년 3월 '주택개량촉진에 관한 임시조치법'의 제정에 의해 재개발과 관련하는 국공유지를 사업시행자인 지방자치단체에 무상 양도하도록 하였습니다. 이 때 정비방식은 전면철거 혹은 환지방식에 의한 토지정리 후 주택의 건축은 주민자력으로 재건축하는 방식이었는데, 환지권리의 조정이 어렵고 주민의 재정문제 등으로 재개발은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1974년 5월 '서울특별시 주택재개발지구 내 건물에 대한 시 과세 면제 및 불균일과세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어 재건축 관련한 세재를 경감(1981.12까지)하고 국공유지의 민간개발도 허가하였습니다. 그러나 주택 재건축비용이 해결되지 못해 그다지 진전되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1976년 서울시는 미국연방주택은행에서 차관융자를 신청, 이 돈으로 재건축비용을 지원하였습니다. 또한 주민들의 협조 및 환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력재생 정비의 개념을 도입하고, 주민스스로 기존건축물을 개량하도록 유도하였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협소한 부지 그대로 건축물을 개량하는 것은 새로운 불량주택을 양상하는 결과가 되었고 사업기간이 장기화되는 문제가 부상하게 됩니다. 이 때는 다양한 사회적 시도가 이루어지던 시대로 당시의 어두운 면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및 ‘무등산 타잔’ 등을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1980년대에는 새로운 정치체제의 등장과 저소득층 주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재고도 있어, 주택의 철거를 억제하고 사업을 집행하는 경우는 주민의 2/3이상의 동의와 충분한 보상 및 이주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등 전면철거 보다는 기능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주택개량은 그다지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1983년에는 기존 주민의 재건축비부담 문제를 넘어서기 위해, 주민은 토지만 제공하고, 사업비 일체는 사업자가 부담하는 합동재개발이라고 불리는 조합을 구성하여 중층 아파트를 건축하는 방식이 등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때의 방식은 오일쇼크에 따른 중동건설 붐이 1981년(126.7억달러 수주) 최고조를 찍은 이후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속에서 건설업황 등과 맞물려 경제적인 면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저소득 원주민의 현지정착보다는 투기자본과 주택투기장이 되어버렸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낳게됩니다. 이에 지역주민 커뮤니티 유지 등의 면에서 현지개량방식의 중요성이 다시 검토되었습니다. 

1989년 '도시저소득주민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임시조치법'이 제정되어 재건축 비용의 지원과 개별재건축 유도를 위한 건축기준 등의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거환경개선사업 제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은 대상지구내 도로 및 기반시설을 공공이 우선 정비해주고, 개별주택은 거주민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추어 직접 개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저소득층의 소득증대 등 경제적 자립을 위한 공동작업장도 고려되었습니다.

그러나 초기 사례인 미아지구의 경우 공동작업장이 실제 설치되었으나 현장에서의 운용 및 관리시행의 미숙으로 아이들 공부방으로 전용되었고 이후 주거환경개선사업에서는 간과되었습니다.

제정당시에는 1999년까지의 한시적인 임시조치법이었으나 지속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을 바탕으로 종료시한인 1999년에는 2004년까지 해당법의 효력을 연장하였고, 2002년1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제정되면서 도시재개발법과 통합되어 정규적인 도시정비사업제도의 하나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지개량방식 뿐만 아니라 전면철거후 아파트를 건설하는 방식도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 법의 취지가 퇴색되었습니다.

이후 전면철거와 현지개량방식의 절충안으로 거점확산형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시범적으로 시행되었으며, 국가단위의 도시재생R&D 등 지역커뮤니티의 유지에 대한 재논의과정을 거쳐 2013년 12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거점확산형 주거환경개선사업은 기존의 정비방식과 달리 지역의 정비계획 초기단계에서부터 지역내 거주민과 함께 단계별 환경개선계획을 세우고 거점구역을 우선 개발하고 점진적으로 지역을 개발해 나가는 방식으로 주민들이 직접 계획하고 지역관리의 주체로서의 의식 함양을 유도하는 매우 혁신적이고 선도적인 제도체계였으며, 정비계획수립에 익숙하지 않은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디자인팀을 구성․운용하였습니다.

그러나 제도의 현장운용에 있어 ‘전문가의 지원을 받은 주민들의 주도적인 계획수립’과 ‘주민의견을 고려한 전문가들의 계획수립’의 차이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주민들의 직접적인 계획과 주인의식 형성이 이뤄지지 못하였으며 결과적으로 1회적 시범사업에 그치고 종료되었습니다.

거점확산형 주겨환겨개선사업 추진 체계도. (자료=국토교통부)
거점확산형 주거환경개선사업 추진 체계도. (자료=국토교통부)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역공동체가 주도하여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도시를 비전으로 하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이 2017년 68곳의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국책사업으로 추진되어 오고 있습니다.  

도시재생뉴딜사업, 도시재생 종합정보체계 https://www.city.go.kr/index.do

이상에서 간단히 살펴본 바를 정리하면 다음표와 같이 정리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져역공동체를 중시하는 주거지 정비관련 주요 제도의 변천
우리나라의 져역공동체를 중시하는 주거지 정비관련 주요 제도의 변천

우리나라의 도시정비제도는 초기부터 기존 거주민의 주거환경개선을 중심으로 그들이 직접 스스로 주택 등을 개량할 수 있도록 하고 공공이 이를 지원하는 방식을 취하였으나 재정적 한계 등으로 그다지 진척되지 못하였습니다.

이후 환경개선을 위해 수반되는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성이 강조되었다가 경제성을 강조하면서 발생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지역공동체성이 강조되었다가 다시 경제성이 강조되는 등 사회환경과 공감대 등을 바탕으로 경제성과 지역공동체성이 서로 대립하면서 교차적으로 강조되는 시점을 거쳐왔으며, 그에 따른 성과와 사회문제또한 수반되어 왔습니다.  

특히, 초기에는 절대적 주택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하여 양적 공급을 위주로 진행되어왔으나, 주택의 양적 수요가 어느 정도 확보된 이후로는 사업성과 지역공동체성의 양립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도시정비가 모색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양적공급이나 지나친 경제성 위주의 도시정비를 넘어 도시환경을 직접 사용하고 있는 현재의 주변 주민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가치를 이해하고 지역의 실질적 이용자인 동시에 관리 주체로서 지역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는 방향으로서 도시재생을 바라보며 우리의 역할을 재인식할 시점을 지나고 있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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