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선생은 1947년 ‘나의 소원’이라는 글을 발표했다.
민족 공동체 건설을 위한 충정의 글이었다.
백범은 이 글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우리 국조(國祖) 단군(檀君)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고 적었다.
백범이 이처럼 홍익인간을 인본주의적 기초덕목으로 삼은 것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로 해석하는 자의(字意)에 충실한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와 함께 홍익인간이 추구하는 가치, 즉 인간존중·복지·사랑·봉사·정의·민주주의·공동체정신·평화 등과 같은 의미가 더 크게 작용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1941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발표한 해방 후의 국가 건설 계획, 대한민국건국강령 제1장 총칙에도 이화세계(理化世界)와 함께 홍익인간의 이념을 중요한 공리로 공표하고 있다.
한민족 역사상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의 건국이상(建國理想)으로 이해되어온 홍익인간이 근대국가를 이루는 최고의 가치임을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다는 문구가 있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홍익인간이 추구하는 가치 또한 지금도 우리의 헌법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이 분명하다.
특히 ‘인간을 모든 가치에 앞세우는 사상’이라는 의미 때문에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대표 교육이념으로 법에 명시되어 있다.
‘교육법 제1조’에는 이렇게 적시하고 있다.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완성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공민으로의 자질을 구유케 하여 민주국가 발전에 봉사하며 인류공영의 이상실현에 기여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학자들은 이에 대해 “홍익인간은 우리나라 건국이념이기는 하나 결코 편협하고 고루한 민족주의 이념의 표현이 아니라 인류공영이란 뜻으로 민주주의의 기본정신과 부합되는 이념”이라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교육이념으로의 홍익인간은 교육이 길러야 할 인간상을 제시한 것이면서, 교육이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규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홍익인간 할 수 있는 덕성과 역량을 가진 인재를 교육이 길러야 한다는 뜻과 함께, 교육은 권력이나 돈과 같은 가치가 아닌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활동이어야 한다는 점도 규정하고 있다.(교육부의 문교개관 1958년)
'홍익인간(弘益人間)’이 지난주 내내 교육계는 물론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현행 교육기본법에 명시된 ‘홍익인간’이란 용어를 삭제하고 ‘민주 시민’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은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민주당의원12명이 발의한 것이 알려지면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민주당 경기도출신 국회의원들도 포함된 이들이 발의한 교육기본법 개정안은 현행법상 교육이념으로 홍익인간을 규정한 표현 등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며 이 문구를 삭제하는 대신 "민주시민으로서 사회통합 및 민주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었다.
반대여론에 밀려 23일 결국 법안은 철회 했지만 후유증은 그대로 남아 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발의자들이 다시 개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혀서다.
교육이념은 국가의 존폐를 좌우할 정도로 중차대하다. 특히 지금까지 건국이념으로 이어져 내려온 홍익인간이라는 이념은 공론의 자리 없이 몇몇 국회의원이 문구를 고쳐서 삭제되어야 하는 용어가 아니다. ‘아님 말고’식의 즉흥 용어 개정 대상은 더더욱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옳지 않았음을 반성하고 민족정신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