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 이래로 사용돼 왔다는 '가족(家族)'이라는 의미, 우리 민법은 가족의 범위를 크게 두 부류로 나눈다.
하나는 당연형 가족으로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다. 다른 하나는 생계형 가족으로,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현행 민법 제779조(가족의 범위)에는 가족(가족원)의 범위를 기본적으로 자기를 중심으로 자기의 배우자, 형제자매, 직계혈족(부모와 자녀)을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라면, 자기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배우자의 형제자매까지를 가족원으로 한다.
그런가 하면 가족을 배우자와 혈족 및 인척으로 한정하고는 있지만 포함하는 범위도 대단히 넓다.
8촌 이내의 혈족과 4촌 이내의 인척 및 배우자가 친족이다. 친척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 인척은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를 말한다.
이 친족과 외척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 친척이다. 성(姓)이 다른 일가, 곧 고종·내종·외종·이종도 친척에 포함된다. 부르는 명칭은 달라도 모두 포괄적 가족이라는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이는 법률상 가족(원)의 범위를 제시한 것으로 현실 가족의 상황과는 다를 수 있다. 또 이러한 법규적 설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가족의 정의를 내리려면 명확하지 않다.
가족을 혈연으로 정의하자니 너무 형식적이고, 가족을 사랑으로 정의하자니 너무 규범적이어서 그렇다.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가족의 다양성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 가족을 상대적인 개념으로 생각하지만 가족은 살아있는 유기체와도 같다. 그래서 가족간 ‘관계’와 ‘사이’를 얘기하면 더욱 복잡해진다.
현대에 와서 미국의 사회학자 마가렛 미드는 ‘가족’을 이렇게 정의했다.
부부가 미성년 자녀와 함께 한 지붕 아래서 생활하는 가장 작은 사회적 집단이라고. 물론 구성원의 관계와 역할을 의미하는 기족형태를 말하는 것이다.
사회가 변하면서 이러한 가정의 구조나 가족들의 역할과 기대가 많이 달라졌다. 요즘엔 우리의 전통 가족형태인 3세대 가정을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바뀐 것이 대표적이다.
사회적으로는 훨씬 더 복잡한 형태의 가족들도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 가족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족이 생겨나고 있고 노인가족, 조손가족, 다문화가족, 1인가족 등등 부르는 명칭만도 수십개에 달한다.
따라서 국민 10명 중 7명은 혼인이나 혈연이 아니어도 생계나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고 여긴다는 설문 결과가 나올 정도로 가족 개념도 바뀌고 있다. 가족의 사전적의미도 “혈연·인연·입양으로 연결된 일정 범위의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이라 바뀐지 오래고.
전통적으로 가족은 함께 있을 때 힘이 된다. 그 원천은 화목이고 그렇게 되려면 사회적배려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가족마다 조금씩 다르다. 여전히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따라서 그동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이에 정부가 엊그제(4월27일)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을 줄이는 제도 개선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자녀 성은 부모 협의원칙으로 정하게끔 민법 제 781조1항을 개정하기로 했다. 혼중·혼외자를 구분하는 친자관계 법령 정비도 검토한다.
혼중자나 혼외자라는 용어 대신 '자녀'로 통칭하는 것이다. 동거나 사실혼, 돌봄·생계를 함께하는 노년 동거 부부나 위탁가족 등 혈연이나 혼인으로 이어지지 않은 실질적인 가족도 법의 보호를 받게끔 가족범위나 규정을 손질한다.
가족의 개념에 혼인·혈연·입양 외에 ‘비혼동거’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건강가정기본법과 민법에서 아예 ‘가족’의 정의를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것 등등이다.
아무쪼록 우리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 ‘현안(賢案)’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피를 나눈 가족이라고 모두 가족인 것은 아니다. 갈등과 화해 눈물이 있어야 진짜 가족이 된다“고 한 사회학자의 말이 새삼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