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魯)나라때의 일이다. 소공(昭公)은 군주(君主)지만 허수아비였다. 가신(家臣)들의 힘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나라는 어지러웠다. 백성은 물론 군주마저 이들의 전횡에 시달리다 못해 죽을 지경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소공이 가신들 청산에 나섰다. 하지만 오히려 신하들의 저항에 부딪쳐 이웃 제나라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노나라의 정치에 환멸을 느낀 공자(孔子)는 이때 제자들과 함께 소공을 따라 제나라로 가고 있었다. 그리고 태산 근처 깊은 산속을 지나게 됐다. 거기서 우연히 세 개의 무덤 앞에 슬피 곡(哭)을 하고 있는 여인을 만났다. 공자는 제자 자로(子路)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게 했다. 그러자 여인은 답했다. 

“노나라 탐관들의 수탈을 참지 못하고 가족들과 이쪽 태산으로 거처를 옮겼으나 시아버님께서 몇 년 전 호랑이에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몇 달 전에는 남편마저 호환을 당했고, 며칠 전에는 열아홉살 난 장남마저 나무를 하러 가다가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습니다.”

자로가 “그렇다면 이곳을 떠나서 사는 것이 어떠냐”고 묻자 여인은 “다른 곳으로 가면 무거운 세금 때문에 그나마도 살 수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듣고 있던 공자가 이렇게 말했다.

‘가정맹어호 (苛政猛於虎)’로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라며 제자들을 일깨웠다고 한다. ‘예기(禮記) 단궁편(檀弓篇)’에 나오는 얘기다.

2500여년 전 이같이 설파한  공자의 가르침은 지금도 유효하다.

물론 당시엔 폭정과 압정으로 인한 폐해를 강조했다면 현대에 와서는 거기에 과다한 징세까지 더해져 있다는 사실 정도가 차이가 날 뿐이다.

요즘 세금 부담이 부쩍 늘어났다고 많이들 이야기 한다.

특히 부동산이 그렇다. 뛰는 집값을 잡는다고 마구잡이식 증세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따라서 이제는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한 사람까지 종합부동산세를 물어야 한다.

또 세부담율과 공시지가의 동시 인상으로 재산세가 일년에 두 배에서 세 배까지 오르는 경우도 다반사가 됐다.

은퇴한 노년들은 수입이 없어 이를 감당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나 노심초사가 일상이 됐다.

 오는 6월1일은 그 우려가 현실이 되는 날이다.

인상된 부동산 보유 및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시행 첫달이어서다.

이러한 현실속에서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2일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고가 주택 기준을 현행 공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언급한 것은 그나마 위안이 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청와대가 곧바로 반대의견을 내며 요지부동할 태세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여론은 더 이상 종부세는 부자세가 아니라는데 말이다.

그런가 하면 멈추지않는 코로나와 현 정부의 실정으로 인해 소득의 원천인 일자리조차 자꾸 줄어들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일자리 사업에 투입했지만, 결과는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일자리 사정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나마 집이라도 한 채 갖고 있어 위안을 삼았던 서민들의 고충이 더욱 심해졌다는 얘기다.

실제 근근이 장사해서 겨우 생활을 이어가던 소규모 영업자나 빚에 허덕이면서 희망을 꿈꾸며 열심히 땀 흘리는 중소기업주들도 살기가 어렵다고 아우성들이다.

국민들의 분통을 터지게 하는 것은 이런 것 말고도 또 있다.

정부가 한편에선 세금을 올리고, 또 한편으론 돌아선 민심을 잡겠다며 각종 현금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어서다.

 최근엔 여당 대권주자들도 합세, 국민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공약도 아니고, 재정 계획도 전무해서 ‘지나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많은데도 개의치 않는다. 사정이 이러하니 세금 올리는 일에 국민 누가 수긍을 하겠는가.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가 생각나는 작금의 현실이 서글프다.

 정치인 모두 국민이 불편해 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다시한번 돌아보는 오늘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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