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15)] 젊은 피

정준성 논설실장

 

 

50년대 미국 코넬대 연구진이 흥미로운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젊은 쥐와 늙은 쥐의 옆구리를 접합해 피를 통하게 한 뒤 늙은 쥐의 상태를 관찰한 것이다.

그 결과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늙은 쥐의 연골이 젊어지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핏속의 어떤 물질이 작용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 원인은 60여년이 훌쩍 지난 2014년에야 밝혀졌다.

하버드대의 연구진이 ‘젊은 피가 회춘의 열쇠’라는 것을 입증하는 연구논문, 즉  젊은 피의 특정물질(GDF11)이 늙은 쥐의 줄기세포를 깨워 새로운 세포를 만든다는 사실은 밝혀내서다.

연구진은 젊은 쥐의 피에서 채취한 특정 물질을  늙은 쥐에게 투여했더니 악력이 세지고 운동신경도 좋아졌고 뇌속 혈관이 늘어나고 후각까지 민감해지는 사실도 알아냈다.

비슷한 시기 미국 UC 샌프란시스코 의대도  인간의 20대에 해당하는 쥐의 피를 60대 쥐에게 반복적으로 투여한 결과 기억력을 관장하는 뇌의 해마 기능이 활발해졌다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도 내놨다.

그러자 ‘젊은 피’속에 녹아있는 수 많은 인간의 욕망들이 세인들 사이에 다시 한 번 회자됐다.
 
반로환동(返老還童), 회춘등의 ‘수혈 아이콘’으로 곧잘 등장하는 ‘젊은 피’.

살아있는 생물이라 불리는 정치권에서 적용하는 매카니즘도 비슷하다.

정치적으로는 ‘물갈이용 아이콘’으로 자주 사용하는 수사(修辭)로 유명해서다.
 
사실 정치권에서 젊은 피가 유행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1996년 15대 총선 무렵부터니 25년 남짓 됐다. 물론 그 이전에도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매우 미미했다.

당시  ‘젊은 피 수혈론’ 을 주창하고 실행에 옮긴이들은 김영삼 김대중 전대통령이다.

그리고 연륜과 경력으로 점철된 당시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정가에 적잖은 충격파를 던졌다.

지금은 모두가 ‘올드보이’로 치부되지만, 15대 총선에서   홍준표 이재오 김무성 김문수 등이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부름(?)받은 젊은피 들이었다.

송영길 현 더불어 민주당대표는 1999년 3월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젊은 피로 영입된 케이스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이인영통일부장관, 우상호·오영식 의원등도 2000년 ‘젊은 피’ 출신이다.

그런가 하면 2000년 한나라당에서는 ‘젊은 피’ 수혈의 진지로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약칭 미래연대)’가 출범하기도 했다.

당시 남경필·정병국 전의원과 원희룡 현 제주지사가 젊 은피를 자임하고 활동을 주도했다.
 
하지만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고 했던가.

지금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기성세대’로 편입되어 있다. 2선으로 물러난 퇴역들도 적지 않고.
 
현재 10여명이 당대표를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국민의 힘 내에서 ‘젊은 피’논쟁이 뜨겁다.

그 바탕에는 생물학적 나이가 깔려있다. 40대는 젊고 60대는 늙었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젊은이 못지않게 창의적이고 도발적이며 힘이 넘치는 60대도 결코 적지 않아서다. 그런데도 젊은 피 논쟁이 재현되는 것은 갈수록 퇴보하는 정치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도 논쟁 중심에는 이러한 기도가 깔려있다.

아무튼 조직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젊은 피 수혈론’이 고개를 드는 것은 고무적이다.

국민들이 국민의 힘 당 대표 선거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도 아마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