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18)] 황혼이혼

정준성 논설실장

 

이혼이 쉽지 않은 것은 '그놈의 정’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형성된 관계를 해소하는 것이어서 파생되는 문제가 한 둘이 아니어서다.

특히 재산 문제가 얽히면 더욱 그렇다. 거기에 자녀가 어리다면 선뜻 결정하기가 더 어렵고 난감하다.

그래서 아쉬움에 몸부림치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마음속으로 이혼이라는 반항아를 ’꾹꾹‘ 누르며 살아간다는 부부들도 의외로 많다.
 
결혼은 조롱(鳥籠)과 같아 ‘안에 있는 새들은 밖으로 나가려고 애를 쓴다’고 한 프랑스 사상가 몽테뉴가 한 말을 위안 삼으면서.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이같은 개념도 많이 바뀐 모양이다.

우리나라의 이혼 건수가 80년대에 비해 4배가 늘었다니 말이다.

올 해만 보더라도 지난 3월 이혼한 부부가 외환 위기였던 1998년 이후 가장 많이 증가했다고 한다.

지난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3월 이혼 건수는 9074건으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4.4% 늘었다.

외환위기로 이혼이 크게 늘었던 1998년 3월(27.3%) 이후 3월 기준 증가율이 가장 컸다.

코로나19 초창기인 지난해 3월 전국 법원들이 휴정하면서 이혼 건수가 이례적으로 전년 대비 19.6% 급감한 것이 작용했다는 분석이지만 바뀌는 이혼 세태를 반영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거기엔 ‘황혼 이혼’이 증가한 영향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 30년 넘게 산 부부의 이혼이 올해 1월에서 3월까지 만 건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198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1분기 기준 최대치다.

수치상으론 지난해 1분기보다도 17%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줄거나 약간 증가한 다른 혼인 기간 구분과의 차이가 뚜렷했다.

황혼이혼은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전체 이혼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유일하게 증가해 시사하는 바 크다. 건강한 사회의 기본 단위가 ‘행복한 가족’이라는 점에서 보면 우려되는 사안이기도 하고.

오랜 세월 함께 살아왔지만 현실에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그 오랜 세월 쌓인 불만이 폭발해 이혼 서류를 내미는 경우가 많다는 황혼이혼.

개중에는 남성보다 여성의 ‘반란’이 심하다. 연령도 50대부터 90대까지 다양하다. 이혼자의 절반 가까이가 ‘성격 차이’를 사유로 내세운다고 한다.

하기야 100세 시대가 되면서 부부가 불만을 참고 살기엔 남은 인생이 너무 길어졌다.

황혼 이혼이 늘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된 것이다.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해 각자의 삶을 살기위한 선택으로 ‘이혼’ 대신 ‘졸혼’이 등장한 것도 어쩌면 이런 연유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가족관계 전문가들은 기대수명 100세 시대인 만큼 황혼이혼은 앞으로 더 늘 것이라고 한다.

물론 황혼 이혼을 꼭 부정적으로 볼 수만도 없다.

그러나 지나온 세월에 대한 자기부정임은 분명하다.

가정의 달 마지막날, 발표한 통계를 보며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