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희 한의사
십년 전쯤 ‘사오정’ 시리즈가 유행인 적이 있었다. 귀가 좋지 못한 사오정이 말을 잘 듣지 못하고 엉뚱한 소리를 해서 웃기는 유머였었다. 그렇지만 자신이 귀가 좋지 못해서 사오정으로 취급된다면 마음의 상처가 될 것이다.

실제로 귀가 좋지 못한 사람은 한두 번씩은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 어른들이야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겠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라면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더라도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청력저하는 직업성으로 오는 난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만성중이염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만성비염이 있는 사람은 중이염이 반복적으로 잘 생길 뿐만 아니라 만성화되기도 쉽다.

또한, 만성 중이염은 급성중이염과는 달리 항생제 치료로도 완치가 어렵고,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만성 비염이 있는 어린이들이 면역력이 약한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코의 상황이 반복적으로 악화돼 그때마다 중이염이 재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반복적인 감염으로 인해 고막은 탄력성을 잃고 기능이 떨어지기 쉽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만성적인 염증상황이 청각신경에까지 악영향을 주어 심한 청력감퇴 현상을 불러올 수도 있다.

비염이 있는 경우에 만성중이염이 잘 생기는 이유는 해부학적인 구조 때문이다. 코와 귀는 ‘유스타키오관’이라는 통로가 있어서 코의 염증은 언제든지 귀로 넘어갈 수가 있다.

특히, 나이가 어린 경우에는 해부학적으로 유스타키오관이 수평에 가까워 코안의 세균이나 이물질에 의한 감염이 쉽다. 이처럼 구조적으로 취약해서 비염이나 축농증이 있는 경우에 쉽게 중이염이 합병된다. 그래서 중이염 치료를 한다고 해도 비염이나 축농증이 낫지 않고 반복되면 중이염도 만성화 된다.

아이들의 청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먼저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볼 때 이상 신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자꾸 주위사람에게 되묻곤 하고 다른 사람 다 웃는데 웃지 않는 경우도 청력이 떨어지는 신호일 수 있다. 그러므로 텔레비전 볼륨을 자꾸 올리게 되면 시끄럽다고 화만 낼 것이 아니라 이상이 있는지 유심히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정도 된다면 수업 중에도 선생님이 하는 말을 정확히 들을 수가 없기 때문에 학습에 많은 지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비염으로 인해 코맹맹이 소리에 귀까지 좋지 않아 ‘사오정’이 된다면, 설령 ‘왕따’까지는 되지 않는다고 해도 아이들이 악의없이 놀리는 말에 상처를 받기 쉽다. 이런 아이들은 점점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신감마저 잃게 된다.

이처럼 만성비염은 아이들에 있어서는 아주 중요한 문제인 만큼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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