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도심 도로 인도변에 식재된 가로수를 보면서 헛웃음이 절로 나는 때가 많다. 아니 나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도시개발과 함께 대부분의 가로수가 주변 건물과 어울리는 것같이 겉보기에는 멋드러지게 가지를 뻗어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같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빗물을 흡수할 수 없는 도심 사막화로 인한 가로수 생육환경 때문이다. 키 큰 가로수는 가지 끝 지점 수직 아래 정도에 있는 뿌리에서 물을 흡수한다. 그러나 가로수 줄기 바로 아래 네모난 가로수판에만 빗물이 스며들게 되고 나머지 주변에 깔린 보도블럭에는 아예 물이 들어갈 수 없는 불투수 상태이다.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가로수는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살아남으려고 처절한 생존싸움을 한다. 스며드는 물을 찾아 보도블럭 틈새를 비집고 뿌리를 올리거나 가로수판 주변으로 뿌리를 뻗게 된다. 이로인해 보도는 울퉁불퉁 요철이 돼 걷기에도 불편함을 더해 튀어나온 보도에 걸려 자칫 넘어지기 십상이다.

원래 자연 지반상태에서 나무 등 식물은 자랄 때 이런 제약을 받지 않았다. 비가 오면 당연히 땅 속으로 스며들었고 지하수 수위가 적당히 유지됨은 물론이며 증발산되는 대기 순환을 거쳐 다시 비가 내리는 건강한 물순환 환경이 형성됐다. 자연 상태로 담을 물은 담으면서 왜곡되지 않은 순환 과정을 거친 것이다. 

문제는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도시개발이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물순환 환경은 종합적인 대책없이 현재에 이르게 됐다. 이에 더하여 최근에는 그 동안의 기후 환경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극심한 가뭄과 말 그대로 물 폭탄이라 할 수 있는 집중강우까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부랴부랴 개발의 정책에 강우빈도를 30년에서 50년으로 늘려 대비한다 하지만 여전히 개발에 따른 불투수 면적이 확대되고 있는 근본적인 환경 변화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편이다.

개발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도로를 개설하고 보행로, 자전거로, 광장 그리고 편리한 접근을 위해 필요 주차장까지 조성하고 보면 필연적으로 넓은 면적의 불투수 포장면이 생기게 된다. 

지난해 8월, 폭우로 인해 아파트 주변이 침수되고 도로를 따라 엄청난 빗물이 모여 마치 하천같이 흐르던 광경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불투수면에서 유출된 빗물로 인해 하천이 범람하고 막대한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도시개발 집중과 함께 도심 식물의 생태환경을 살리기 위해 불거져 나온 것이 생태면적률이다. 생태면적률이란 토지 개발 계획의 대상이 되는 면적 가운데 자연 순환 기능이 있는 토양의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지구단위로 지정된 사업지나 도심에서 25만 또는 30만 제곱미터 면적 이상 개발 행위를 하게 될 경우, 모든 사업 시행자는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환경부가 제시한 생태면적률 확보 지침에 의거해 일정 면적 이상의 생태면적을 확보해야 한다. 

이 때 바닥 면적 전부를 자연지반으로 확보하기가 어려운 점을 대비해 환경부는 16가지 적용가능한 기술요소에 가중치(최저0점~최고1점)를 각각 부여해 사업 시행자가 좀더 쉽게 생태면적률을 확보 이행토록 하고 있다.

130만 수원시에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한꺼번에 넓은 면적에 걸쳐 여러 곳의 공공 또는 민간 사업시행자로부터 개발 인허가 요청이 지속되고 있다. 이미 도심 집중화로 인한 도로는 도시면적의 20~40% 정도의 면적에 이르고 있으나 빗물이 스며들지 않는 불투수 포장면이다. 이는 평균적인 숫자이다보니 도심 어떤 곳은 이보다 훨씬 높은 불투수면적률로 둘러 쌓여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중심상가시설이 밀집한 곳은 건물도 불투수면이고 이들 건물을 제외한 나머지 포장면 역시 전부 불투수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도로변의 가로수만이라도 하나 둘 들여다보고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시작은 바로 불투수면을 관리하는 것이다. 꼭 투수블록이 아니어도 좋다. 더 좋은 투수성 포장재가 있다면 그런 제품을 더 찾아내고 적극적으로 적용해 도시 사막화를 막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수원시가 물 순환도시를 너머 물 행복도시로 거듭나야 되지 않을까.  

 

<하승재 회장은>
현 사단법인 한국물순환협회 회장 
현 사단법인 국회물포럼 사무총장 
현 아시아국회의원물협의회(AAWC) 사무총장 
전 국회부의장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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