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27)] 출마(出馬)와 역마(逆馬)

정준성 논설실장

 

출마(出馬). 말을 타고 전쟁터로 나간다는 의미다.

본래의 뜻은 ‘말을 마굿간에서 몰아내온다’지만 전쟁이 많았던 과거 출전(出戰)의 뜻으로 널리 사용됐다.

유래는 소설 ‘조웅전’의 번창출마(飜槍出馬)다.

번창출마는 장수가 창을 휘두르며 적을 향해 말을 타고 힘차게 달려 나가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런 출마가 현대에 와선 선거에 나가는 후보자의 의지를 아우르는 말로 고착화됐다.

그리고 출마를 표명하는 사람은 으레 출마의 변(辯)을 토해낸다.

바로 출사표(出師表)다.

과거, 출사표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제갈량이 위나라를 토벌하기 위해 떠나면서 촉한의 2대왕 유선에게 바친 표문(表文)이다.

진나라 이밀(李謐)이 무제에게 올린 ‘진정표’, 당’나라 사상가 한유가 쓴 ‘제십이랑문‘과 함께 중국 3대 명문 중 하나로 꼽힌다.

내용은 삼고초려로 자기를 기용한 유비에 대해 각별한 마음을 표시한 뒤, 그의 아들인 유선에게 올바른 치국의 길이 무엇인지 눈물로 진언하는 글을 적고 있다.

승산이 희박한 전장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제갈량의 비장하고 솔직한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

과거 적을 징벌하기 위해 군대를 일으키며 임금에게 올리던 출사표.

그래서 높은 사람에게 올린다는 뜻의 표문(表文)이라고도 불렸다.

세월이 지나고 대상이 국민들로 변한 지금이지만 내용은 예나 지금이나 절절하다.

또한 ‘올린다’는 표현보다 ‘던진다’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것도 변함없다.

언제부터 ‘던지다’로 변형된 것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스스럼없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선거철만 되면 후보자들이 출마의 변을 말할 때 자주 인용한다. 후보가 유권자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하는 처지임을 감안하면 적반하장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말이다.

요즘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권에 도전하는 후보들이 던진 출사표가 난무하고 있다. 내용도 각양각색이다.

“공정 공존의 정치를 펴겠다. 원칙을 지키고 타협하지 않겠다. 약자의 편에 서겠다. 갈등을 잠재우고 사회 통합을 이루겠다. 계층간 반목을 치유하고 약자를 보호하겠다. 경제적 도약을 이루고 희망의 근거를 만들겠다. 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 통일 한국 그 기틀을 마련하겠다” 등등.

되짚어보면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는 각오와 비전들이다. 

물론 더러 빛보다는 얼룩처럼 느껴지는 출마의 변도 적잖다. 누군가를 깎아 내리고, 상대의 출사표를 폄하하고 ‘유아독존’식 비장함을 설파하는 오류도 범한다.
 
거기에 일부 출마자들이 던지는 출사표엔 국민은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명예욕을 채우고 권력을 누리기 위해 나서는 개인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출마’의 반대 ‘역마(逆馬)’라는 말이 있다.

말을 거꾸로 탄다는 뜻이다.

오직 돈과 권력을 위해 벼슬길에 나서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대권에 도전하는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하는 요즘 ‘출마’와 ‘역마’가 ‘오버랩’ 되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