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제도에 대해 논하기 이전에 우선 주민자치라는 용어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住民自治)를 학술용어로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2차 세계대전 후 GHQ(General Headquarters of Supreme Commander for the Allied Powers, 연합국 총사령부, 세계2차세계대전 일본 항복이후 통치기구) 산하에서 제정된 일본국헌법에 정의된 지방자치는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를 주요소로 구분하고 다음과 같이 정의돼 있다.

여기서 지방자치의 주체는 지방자치단체이며, 단체자치는 중앙정부와의 관계를 주민자치는 지역주민과의 관계를 규정하고 있다. 주민자치를 주민이 자치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의사에 기반해 수행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올바르다. 결국 주민자치는 지방자치단체가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중시해 협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민자치’는 단어자체로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지역협치’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실제에 있어서도 행정공무원이나 시의원은 주민등록법상의 주민이더라도 우리가 주민자치위원회나 주민자치회를 이야기 할 때는 주민으로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즉 행정업무를 하거나 의회업무를 수행하는 자는 주민자치에 있어 더 이상 주민입장이 아니라 행정이나 의회입장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주민이 자치를 한다는 의미의 주민자치는 제도용어 측면에서도 성립될 수 없다.  

지방자치와 주민자치.
지방자치와 주민자치.

일반적으로 지방자치(Local autonomy)는 행정의 관점에서 정의되며, 상위 정부들의 제약에 의해 구속받지 않은 채 행동할 수 있는 지방정부의 능력, 해당정부 관할구역 주민들 복지에 독립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Wolman and Goldsmith, 1990:3)을 이야기 한다.    

이러한 정의는 지방자치를 다룸에 있어 중앙정부로부터의 행정권한에 대한 관계설정에 주목한 것이다. 지방자치를 지방정부 행정행위의 대상이 되는 시민들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구분하면, 시민들의 참여 정도에 따라 단체자치와 시민자치로 나누고, 시민자치를 다시 시행정에의 협치 수준의 시민자치와 주민자치로, 다시 주민자치는 민관협치형과 주민활동지원형, 주민자율형으로 구분, 규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대정부의 주민자치관련 정책을 보면 국민의 정부 이래 정치성향 및 정부변화에 구분없이 지속적으로 주민자치가 강조돼 왔다. 

역대정부의 주민자치 추진.
역대정부의 주민자치 추진.

국민의 정부(1998-2002)에서 처음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 촉진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통해 지방분권에 대한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최초로 주민자치센터를 설치하고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이후 비록 법령명은 바뀌었어도 지속적으로 제도 기조는 유지돼 오고 있고, 매 정부마다 그 이행점검을 법령에서 강조하고 있으나 그 이행에 대한 실행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 못하다. 특히, 참여정부부터 표명되어 온 교육자치와 자치경찰 등에 대한 특정행정기관에 대한 설치와 관련된 부분은 특히 진전이 더디다.     

참여정부(2003-2007)에서는 8개 분야의 주민생활지원서비스(보건, 복지, 고용, 주거, 교육, 문화, 체육, 관광) 정책을 표명하고 주민생활관련 업무를 통합운용하며 생활복지 등 관리 인력을 강화 운용하도록 했다.

이명박정부(2008-2012)는 희망복지전달체계 구축을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8개 분야의 주민생활지원서비스 중 문화, 체육, 관광은 일반 행정업무로 이관해 주민생활지원부서가 5가지(보건, 복지, 고용, 주거, 교육)를 대상으로 희망복지지원단 설치 및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했다. 사회복지직 인력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충원, 강화했다.  

박근혜정부(2013-2016)는 지방자치발전위가 발표한 지방자치발전을 위한 4대 정책과제에 따라 주민이 일상생활에서 자치의 효용성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생활자치의 구현을 주창했으며, 주민자치센터를 주민복지센터로 전환 추진했다. 

여기서 생활자치는 이론적 논의에서 시작됐다기 보다는 정책적 방향에서 접근, 제시됐다. 2016년도 행정자치부 대통령 업무보고, 2016년도에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핵심적인 과제 중의 하나로 ‘주민이 주체가 되어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목표를 가진 생활자치 시스템의 구축’을 채택한 것이다. 

지방분권 및 주민자치에 대한 정부의 정책기조는 국민의 정부 이래 실행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정치성향 및 정부의 변화에 관계없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표명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특히 주민자치는 복지를 중심으로 주민들의 생활에 맞춘 현장밀착한 행정서비스 관점에서 접근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11년부터 지역 내 주민공동이용시설에 대한 자주적 관리가 주민자치 입장에서 표명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주민자치회’의 정책적 등장과정을 보면, 2014.12. 대통령 직속의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발표한 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에서 민선 지방자치 20주년을 맞이해 성숙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4대 정책과제 중의 하나로 ‘주민중심 생활자치․근린자치의 실현’을 채택하고, 그 실현을 위한 세부과제로 교육 자치와 지방자치 연계․통합노력, 자치경찰제도 도입과 읍․면․동 주민자치회 도입, 주민직접참여제도 강화, 그리고 지자체간 관할구역 경계조정 제도개선과 소규모 읍․면․동 통폐합 등이 제시됐다.

대통령 산하 지방행정체제개편 추진위원회는 주민자치회 시범실시의 기본방향을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 통보하고 각각의 역할을 분담했다.
  - 안전행정부: 행⋅재정지원, 홍보⋅교육
  -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 모니터링, 평가, 법률제정안 마련

안전행정부에서 지역주민과 주민자치 담당공무원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협력형 주민자치회에 대해 시범실시(2013.7 ~ 2014.12)를 추진했다.

당시 시범사업 후 전국적인 주민자치회 시행이 계획됐었으나 현실에서는 주민자치회에 대한 정책방향의 모호성 및 구성방법 등의 세부적, 기술적 지침의 부재로 2021년 현재까지도 시범사업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모범사례 및 모델유형을 모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회의 특성 구분.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회의 특성 구분.

주민자치위원회는 법적으로는 주민자치센터 운영에 대한 협력조직이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지역유지 중심의 동정자문위원회의 성격을 계승하면서 행정과 지역주민사이의 가교적 역할조직으로서의 성격을 지향해 왔다. 주민자치회의 시행은 이러한 현장에서의 주민자치조직의 기대역할을 법상지위와 일치시키기 위한 측면도 있다.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실시의 문제요소는 주민자치회 위원선정위원회, 주민자치회 구성, 운영, 재정, 행정과의 관계, 지역대표조직으로서의 역할 등 총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돼 왔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운영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자치회 활성화 방안 모색에 있어 그 목적은 바로 ①행정서비스에 대한 협의와 ②지역 주민이용시설에 대한 운영관리, 그리고 ③지역주민들의 공동체적 활동의 전개, 활성화에 있음을 잊지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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