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엔 가난하고 외로웠다. 몸과 마음이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었고 약을 사먹는 것도 벅찼다. 그렇게 한 많았던 생을 마감하고 저승으로 떠나는 길조차 쓸쓸했다. 마지막을 배웅해 줄 가족이 없었다. 있었어도 외면했다. 무연고자 사망자들의 이야기다.
본보는 지난 5월 26일자 사설에서 무연고 사망자들에게는 죽음마저도 불평등하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SNS 글을 소개한 바 있다. 이 지사는 “도처에서 사람이 죽습니다. 소리 없이 죽습니다. 외롭게 죽습니다. 빚 때문에 죽고, 먹을 것 없어 죽고, 일하다 죽습니다.” “세계 10위 경제대국,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에서 지난해에만 3000명 가까운 국민이 무연고 사망자가 됐다” “이대로 두면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 ‘죽음의 불평등’도 심화될 것”이라는 그의 말에 공감했다.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수는 3000명에 가까웠다. 경기도내 무연고 사망자 역시 2018년 466명, 2019년 615명, 2020년 681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의 증가 원인은 1인 가구가 증가, 급속 고령화, 장기적인 불황 때문이다. 따라서 가슴 아프지만 당장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마지막 가는 길만이라도 외롭지 않도록 존엄한 장례를 치러주는 것은 가능하다.
이에 수원시와 불교·천주교·개신교·원불교가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엄숙하고 품위 있게 치러주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종교단체와 함께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는 지자체는 수원시가 전국에서 처음이란다. 지난 22일 수원시불교연합회·천주교수원교구·수원시기독교연합회·원불교경인교구와 함께 ‘공영장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의식(추모예식)을 지원하기로 했다.
시는 시신안치료·염습비·수의·관 등 시신 처리에 드는 비용과 빈소 사용료·제사상 차림비·영정사진·향·초·국화 등 장례의식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한다. 종교단체는 무연고 사망자를 위해 추모의식을 거행한다.
관내에서 사망한 시민 중 무연고자가 대상이지만, 연고자가 있다고 해도 생활고 등의 사유로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해 장례를 치를 수 없는 사망자도 장례식을 치러주기로 했다. 이 경우 가족·이웃들도 공영장례에 참석할 수 있다.
이미 시는 지난 2월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무연고 사망자나 가정 해체·붕괴,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인해 시신 인수가 기피·거부돼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이들의 장례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망자들은 마지막 길을 잘 밝혀 준 수원시와 종교계에 고마운 마음을 품은 채 세상에 미련 두지 않고 떠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