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수원에서 열린 문화재지킴이 전국대회 수상자들. (사진=수원시포토뱅크, 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지난 2009년 수원에서 열린 문화재지킴이 전국대회 수상자들. (사진=수원시포토뱅크, 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반가운 소식이 왔다. 내년에 ‘문화재지킴이 전국대회’가 수원에서 개최하기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문화재 지킴이’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문화재를 가꾸고 지키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한 문화재 한 지킴이’ 운동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들이다.

문화재 행정의 당면한 한계(인력,예산,조직)를 극복함은 물론, 문화재를 통해 과거와 미래를 잇는 건강한 공동체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의 활동으로 관리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소외된 문화재들은 보다 가깝고 친근한 존재로 거듭나고 있다.

문화재뿐 아니라 ‘문화재를 가꾸는 문화’도 후손들에게 함께 물려주고 있는 문화유산 전도사들이다.

지킴이들은 문화재 주변 정화활동, 모니터링, 문화재 해설, 화재감시, 순찰,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문화재보호를 위한 연구모임과 학술활동 등도 활발하게 펼친다.

현재 전국에 일반지킴이 5만9965명, 청소년 문화재 지킴이단(지도교사, 학생) 8964명, 청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킴이 100명 등 총 6만9029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 지킴이들의 중심에 서 있는 단체가 수원의 사단법인 '화성연구회(이사장 최호운)'다. (사)화성연구회는 1998년 5월에 수원화성의 보존, 연구, 홍보를 위한 ‘화성사랑 모임’으로 시작, 곧바로 ‘사단법인 화성연구회’를 발족한 뒤 왕성한 활동을 펼쳐 2007년에 ‘대한민국 문화유산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매년 국내외 성곽비교답사와 국제 학술발표회와 심포지엄, 세미나, 전시회 등을 통해 전국 최고의 문화재 단체로 우뚝 섰다.

이번 문화재 지킴이 전국대회는 내년 11월에 열릴 예정이다. (사)화성연구회가 주관하고 문화재청, 수원시, (사)전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 문화재지킴이단체 등이 후원하며 전국의 약 230개 지킴이단체가 참여하는 큰 행사다.

(사)화성연구회는 지난 2009년 6월 27~28일 수원에서 이 행사를 성황리에 개최, 타 지역의 부러움을 산 바 있다. 2005년 서울, 2006년 경주, 2007년 광주, 2008년 충주에 이은 다섯 번째 대회였는데 전국의 참가자들로부터 가장 잘 준비한 행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9년 전국에서 온 300여명의 문화재 지킴이들. (사진=수원시포토뱅크, 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2009년 전국에서 온 300여명의 문화재 지킴이들. (사진=수원시포토뱅크, 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첫날엔 개회식과 축하공연이 펼쳐졌고, 한 문화재 한 지킴이 우수활동 사례 발표, 김준혁 교수(현 화성연구회 부이사장)의 '정조, 화성을 만나다!'란 주제의 특강이 이어져 큰 박수를 받았다. 저녁 식사 후 수원화성행궁에서는 어울마당 야외 특별공연(타악 퍼포먼스, 전국지킴이 강강술래)과 예술공연(퓨전 국악팀 아리랑)이 펼쳐졌다.

둘째 날에는 행사에 참가한 전국의 문화재지킴이들과 수원화성 현장 활동(탐방 및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문화재의 가치와 의미’를 함께 공유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화성연구회 회원들의 열정적인 참여였다. 행사장 준비부터 주차안내, 식사와 프로그램 진행, 답사 해설, 의료봉사에 이르기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운 팀워크를 자랑했다. 전국에서 온 지킴이들의 머리와 가슴에는 ‘수원화성’과 ‘화성연구회’가 또렷하게 각인됐다.

김해자 이사는 당시의 에피소드 몇 장면을 수원시에서 발행하는 e수원뉴스에 이렇게 소개했다.

 □ 화성연구회 의료봉사단까지 구성

1박2일 행사기간동안 혹시라도 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간단한 의료조치를 취할 수 있는 의료봉사단이 이틀 동안 전국 지킴이들과 함께 했다. 이들은 야간에도 비상 대기했었는데, 실제로 토요일 밤 여러 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투약과 함께 빠른 응급 처치를 실시해 다음날 많은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들었다. 의료봉사단도 행복하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 "무예24기도 화성연구회 소속입니까?"

이튿날 아침 행궁에서 열린 무예24기 공연 중간에 무예24기를 다년간 수련한 화성연구회 이낙천 부이사장과 김우영 이사의 대나무 베기 시연이 있었다. 전국 지킴이들 앞에서 무예24기 티셔츠로 갈아입고 깔끔한 대나무 베기 시연을 선보여 탄성과 함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들의 시연이 끝나자 많은 문화재지킴이들이 “무예24기도 화성연구회소속입니까?”라고 물어보았다. 화성연구회 위상이 더욱 우뚝 섰다.

그랬다. 화성연구회 회원들은 이틀간 몸을 아끼지 않았다. 김해자 이사는 “행사장 진입로 안내부터 식사 도우미까지 자청하며 배려하는 모습을 본 타지방 지킴이들은 수원의 화성연구회를 무척이나 부러워했다고 해요. 내년에 개최하는 도시에서는 수원에서 체험한 만족도를 어떻게 뛰어 넘어야할지 걱정이 된다는 후문도 들릴 정도였지요”라고 그 때를 회고했다.

화성연구회 회원들은 이번엔 더 완벽한 행사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아무렴, 나는 믿는다. 수원과 화성연구회의 저력을.

그나저나 이번에도 또 흰머리를 날리며 진검을 휘둘러 대나무를 베어야 하나?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칼을 놓았더니 어깨에 오십견인지 뭔지가 왔는데. /김우영 논설위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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