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주민자치 제도를 통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헌법을 보면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방자치법에서는 지방자치단체는 사무를 처리할 때 주민의 편의와 복리증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거주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노력하는 봉사자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변화에 따라 점차 다양해지고 고도화 되고 있는 개인들의 요구수준에 맞추어 그들의 복리증진 또한 고도화 다양화 됩니다.

사회‧경제규모가 커지고 발달하면서 거주민들의 행정서비스 요구수준은 갈수록 고도화 되고 다양화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행정역량의 증대가 요구되지만 행정재정역량의 증대는 매우 한정적이게 됩니다.  

가령 1년 예산이 100억인 ‘박스’시가 있고, 예산은 증가하지 않습니다. 해당 시의 행정서비스를 모두 합쳐서 하나의 상자라고 하고 이를 만드는데 10억 유지관리하는 데 2억이 든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첫해에는 10개의 상자(행정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1년이 지나면 이전에 제공한 10개를 유지관리하기 위해 20억이 소모되어 8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후 4년이 지나면 초기의 절반인 5개를 11년이 지나면 유지관리만 하고 새로운 상자는 1개도 제공하지 못하게 됩니다.  

실제 수원시의 경우를 보면 2013년 이후 2017년까지 건축된 공공시설물 46개소의 건립비와 운영비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13년 이후 건축된 수원시 공공시설물 운영비 예상 추이

해당 46개소에 대해서만 매년 430억의 운영비가 들어가게 됩니다. 

시 행정에 있어 지역에 문화복지등 공공시설을 건립하는 것은 일시적인 예산을 확보하여 추진하면 되지만 지속적으로 소유되는 운영비의 확보가 담보되지 못하면 해당 공공시설의 추진은 쉽게 결정되지 못하게 됩니다. 지속적인 시 재정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경기도를 보더라도 2003년 예산 약 8조 중 가용예산은 1.5조(17%)였지만, 10년이 지난 2013년에는 예산이 2배인 약16조 증가하였지만 가용예산은 0.4조(3.5%)로 감소하였습니다. 

당시 수원시와 경기도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중 비교적 재정상황이 좋은 지자체였습니다. 

행정서비스의 유지관리비용은 행정서비스의 존속을 좌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새로운 행정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행정은 어느 정도 필요할까요?

한때, 우리사회에서는 행정(공무원)감축이 뜨거운 이슈였던 적이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이야기들이 언론에서 사라졌습니다. 왜일까요?

행정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세수를 지속적으로 확충하지 못하는 한 유지관리비를 감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박스’시의 경우도 유지관리비가 안들면 매년 10개씩 지속적으로 상자(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한편, 이러한 시기에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의 유지관리와 관련하여 새로운 주장이 대두되었습니다. 해당 시설공간의 이용자들이 직접 관리하고 운영하면 해당시설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증가한다. 즉 시민이용 공공시설을 시민들이 직접 관리‧운영하는 것이 시민만족도 측면에서도 시설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는 주장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시민참여가 강조되는 것이죠. 다만, 시설공간의 운영관리를 갑자기 시민들에게 맡기면 당연히 거부하게되거나 용역업체와 동일하게 비용이 소요되니 주인의식이라는 점이 강조되고 계획과정에서 부터의 참여를 통해 주인의식을 양성하기 위한 방안이 강구됩니다. 즉 자신이 제안하고 계획하여 이루어낸 자신의 성과로 인식되도록 하는 것이죠. 

도시공간의 관리에 있어 시민참여 정책은 민주주의 의식의 증대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관리‧운영비용이라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가 결부되어있다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정책은 따뜻하게 포장되기도 하지만 그 내용은 항상 차갑다는, 냉철한 이성에 근거한 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여기서 잊지말아야 하는 것은 행정의 필요성입니다. 행정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크게는 국가행정의 부재에 따른 식민지 시절의 아픔을 우리는 겪었습니다. 행정이 빈약하여 한국전쟁을 겪었고, 배고픈 시기를 겪었으며,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의 희생이 요구되는 시대를 겪었습니다.

지금 당장 행정이 없으면 우리는 직접 물길러 가고 전기를 생산하고 도로를 닦고 해야합니다. 이러한 필수불가결한 것조차 행정이 제공해 줍니다. 

이렇듯 행정은 우리에게 매우 필요하며 결국 행정의 유지는 시민의 복지증진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 하겠습니다. 

이를 종합해 보겠습니다. 

시민들의 요구수준은 날로 높아지고 다양해진다. 이러한 시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해 행정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행정재정은 경제규모의 저성장 기조에 따라 점차 한계에 봉착하게 되며, 이에 따라 행정의 유지를 위해 행정서비스로 제공되는 공공시설‧공간의 유지관리비를 축소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행정의 유지는 시민들의 복리증진에 필수불가결하기에 시민들은 그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공간을 직접 유지관리하며 운영유지비를 축소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동단위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제도가 복지분야에 국한된 시민참여를 통한 행정효율화정책이라고 한다면, 동단위 주민자치회 제도는 지역주민들의 생활전반에 걸친 시민참여를 통한 행정효율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역 내 주민들이 이용하는 시설의 해당 주민자치조직에 의한 직접적인 유지관리는 이러한 주민자치활동의 중요부분 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민이용시설을 유지관리를 해당시설을 직접 이용하는 주민들의 운영활동을 통해 확보하는 것은 행정입장에서는 행정이 직접 유지관리 할 때에 비해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세출)을 줄일 수 있고, 해당 지역주민조직에게는 수익사업으로서 조직재정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한편 주민자치회는 위탁기능뿐만 아니라 동 행정과의 협의기능, 그리고 마을주민들의 의견수렴 및 행사 등 지역의 전반적 공동체활동을 담당하는 조직입니다. 

즉 동행정과 함께 지역공동체 조직으로서 활동하는 지역 협치 조직입니다.

이러한 지역협치활동을 위해서는 일정의 비용이 요구됩니다. 

이제까지 지역내 주민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의 많은 부분은 주민자치회 구성원의 희생과 봉사로 마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지역을 위한 봉사활동과 소요비용부담을 해당 개인의 명예욕 충족과 연계하여 진행되었으며, 이는 개인의 심상과 시간적‧경제적 여유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가능한, 개방적이고 공개적인 지역협치를 추진하는 면에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하기에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최소한 주민자치조직의 활동비용은 지역공동체 조직활동을 통해 확보되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 관점은 물론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또하나 간과하면 안되는 것이 지역단위 통합경영체계입니다. 

가정이나 행정이나 모두 비용을 소모하는 곳과 수익을 창출하는 곳이 다릅니다. 수익과 지출은 통합적으로 관리됩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사업에 대해서는 해당 사업별로 완결성을 요구하며 지속가능성을 요구합니다. 

실제 지역내 공동체 사업을 보면 내용에 따라 수익과 지출이 확연히 구분됩니다. 복지사업이나 주민의견 수렴사업 같은 경우 수익을 창출하기는 커녕 오히려 비용이 수반되는 사업입니다. 반면 시설‧공간위탁이나 교육사업은 수익을 창출하기 용이한 사업입니다.  

따라서, 지역내 사업은 통합적으로 운영되도록 하여 재정도 개별사업별이 아닌 지역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습니다. 

주민자치회와 동행정에 의한 지역협치 통합운영 모델은 수원시의 경우 기존의 조례기반 주민조직활동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설정할 수 있습니다. 

(수원시)주민자치회와 동행정에 의한 지역협치 통합운영 모델
(수원시)주민자치회와 동행정에 의한 지역협치 통합운영 모델

한편, 지역협치에 있어 주민자치회와 동행정의 관계는 행정우위적 지원관계가 아니라 파트너적 협력관계 설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행정이 주민들 스스로의 활동을 판단하여 지원의 가부를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지역의 현황과 문제를 행정과 주민이 함께 살펴보고 정리하여 그 해결을 모색해 가는 관계설정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본 칼럼#4에서도 다루었지만 현실적으로는 대부분 행정우위적 지원관계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동단위에서 행정과 주민조직이 파트너적 협력관계가 되지 못하는 것은 행정조직은 명확함에 비해 주민조직은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주민조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행정에서는 파트너를 선정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주민자치위원회도, 새마을부녀회도, 지역사회보장협의체도, 마을만들기 협의회도 이러한 지역전반에 걸친 행정의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지역주민, 지역행정 모두로부터 획득하지 못하였습니다.

따라서 주민자치회가 지역협치조직으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지역행정과 지역주민 모두에게 인정받는 대표조직으로 구성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근본적으로 행정의 재정부담을 줄이고 효율화하기 위한 시민참여활동으로서 생계급여를 받는 직업으로서가 아니라 지역주민으로서의 활동조직으로 구성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시장이나 시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자신의 생계유지를 위한 직업활동과는 별도로 지역에 대한 관심과 공동체적 참여의지를 바탕으로 지역협치활동을 할 수 있는,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자신의 여건을 고려하여 참여할 수 있는 활동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이 선출식이 아닌 진행관리형 주민조직 형성방식입니다. 

마을의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행정과 함께 지역을 직접 돌아보며 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자신들의 활동목표를 고민하고 이를 모아 마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을 통해 해당 계획을 직접 수립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행정의 파트너 조직으로서 지위를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달리말해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출된 구성원으로 조직을 만들고 나서 이들에게 지금부터 마을(지역)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 주세요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마을을 위해 문제를 돌아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모으는 방식입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을 위해서는 준비되지 않은 주민과 행정을 일정한 방향으로 조율하며 유도해 갈 수 있는 전문가의 확보와 동단위 지역계획에 대한 지역주민 전체의 계획으로서의 인정 및 지위에 대한 제도적 기준, 그리고 단순한 님비조직이 아닌 공공성 있는 지역공동체 조직으로서 인정할 수 있는 기준, 지역 내 일반 주민들이 지역공동체 활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 등 세부적 기술이 요구됩니다.    

이제까지 총8차에 걸친 칼럼을 통해 마을만들기와 도시재생, 주민자치 등의 정책을 검토하고 향후 주민자치회가 동행정과 함께하는 지역협치조직으로서 실질적 기능을 할 수 있기 위한 지역경영조직으로서의 설정에 대하여 기술하였습니다.

일련의 칼럼이 지역공동체 활동과 조직에 대한 현실적 논의를 위한 기초적 재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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