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민이 엄마예요. 민이는 오늘도 선생님 뵈러 갔어요. 민이의 이 시간이 전에 없이 고맙게 느껴져요. 유행가 가사 같아서 좀 그렇지만 행복이 별것 아니라면 전 지금 행복해요. 코로나가 뭔지도 모른 채 살던 지지난해까진 느낄 수 없었던 행복이죠.

민이가 읽은 동시 한 편 보여드릴게요. “아침에 일어나니/목이 돌아가지 않는다//친구가 부르면/목을 돌려야 하는데//몸을 돌린다//근데 친구들이/이런 나를 더 좋아한다//목만 돌렸을 때보다”(몸을 돌린다, 이장근)

이 시가 새삼 다가왔어요. 요즘 아파트 사람들이 서로 잘 쳐다보지를 않아서예요. 마스크가 얼굴을 가려서라고 하겠지요. 아니에요. 행색만 봐도 알잖아요. 눈인사라도 하며 지내던 사람들이 서로 외면하는 것 같아요. 일부러 그러진 않겠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우리의 마음도 멀어지게 하는 것 아닐까요? 그게 두려워요.

그래서였겠지요? 여름방학 끝날 무렵의 학교 소식은 마음을 졸이게 했어요.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일 평균 확진자가 40일 넘게 1천 명을 크게 웃도는 4차 대유행이 진행 중인 가운데 전국 초·중·고등학교가 개학을 맞이했다는 뉴스 말이에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전면등교와 부분등교 계획을 살펴보며 그 기사 행간에서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배려를 찾아보려고 애를 썼다니까요. 학교가 가장 먼저 문을 열고 가장 늦게 문을 닫게 하겠다는 교육부총리 얼굴이 텔레비전 화면에 비치면 숨을 죽였고요. 무슨 수로 그렇게 할까, 그게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 생각이 깊어지면서 부총리 얼굴에 민이 얼굴이 겹쳐졌어요. 부총리도 이런 마음을 다 헤아렸겠지요?

그렇지만 선생님! 기초학력이 떨어져서 큰 문제라는 얘기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현상은 실망스러워요. 학교교육이 그런 것인가요? 기초학력이 뭐죠? 우리 어릴 땐 읽기·쓰기·셈하기였는데 지금은 의미가 넓어졌나요? 그 기초학력이 전체적으로 문제인가요? 한 반이 25명이라면 그중 몇 명쯤이 해당되나요?

전 기초학력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을 뵈러 학교에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건 만남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민이의 등교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무리 어렵고 두려워도 우리가 기대와 희망으로 살아가도록 헌신하는 분들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전 민이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게 할 거예요.

이참에 우리 교육을 종합적으로 걱정했으면 싶어요. 언제든 다시 원격수업을 할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교육방향을 재정립하면 좋겠어요. 지난해 초만 해도 ‘팬데믹’이란 말이 낯설었고 지금도 이 상황은 정말 싫지만 때로는 피할 수 없는 일이 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가 걷히면…” 그렇게 유보만 하며 살 수는 없잖아요. 다시 되돌려야 할 것이 많지만 교육만큼은 새로운 길을 찾으면 싶어요.

우리 반 1등, 전교 1등, 전국 1등은 어차피 나오겠죠. 그렇지만 우리 민이는 굳이 그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으면 싶어요. 그 경쟁은 1등을 차지하는 학생을 위한 일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아요. 25명 중 1위? 상위그룹? S대? 그런 자리도 좋겠지만 전 민이가 안전하게, 즐겁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으면 그만이에요. 어디선가 대학입시, 수능시험 얘기가 들려와도 모른 척할 거예요.

사회적 ‘필수요원’이란 말이 등장한 걸 봤어요. 그 의미에는 무모한 느낌이 없지 않고 경찰, 군인, 공무원, 소방관,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택배기사, 여러 가지 산업역군…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지만, 전 이렇게 생각해요. 학교 선생님들 자리도 제일 앞에 마련돼야 한다고요. 우리가 누굴 믿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겠어요? 선생님 아니면 우리는 한시도 마음 놓을 수 없잖아요.

선생님! 참 어려운 시기에요. 민이가 민이만의 길을 가게 해주세요. 장 그르니에(카뮈의 스승)는 이렇게 말했다고 하잖아요.

“나는 내가 맡은 학생들을 가르칠 책임이 있다기보다는 그들 자신에 대해 가르칠 수 있기에 교육에 애착을 갖게 되었다. 나의 성공은 거기에 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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