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프로야구 관람을 좋아한다. 프로야구 초창기엔 아내와 큰딸을 데리고 서울 동대문야구장까지 갈 정도였다.

인상 깊었던 경기는 MBC청룡과 롯데자이언츠와의 경기였다. 이때 롯데 마운드에는 ‘전설의 투수’인 최동원이 섰다. 이날 최동원은 홈런을 허용했다. 그런데 오기 때문인지 다음 타자에게도 똑같은 공을 던졌고 또 다시 홈런을 맞았다. 그리고 결국 강판 당했다.

당시엔 삼성 라이온즈(영남), 해태 타이거즈(호남), 롯데 자이언츠(부산), 삼미 슈퍼스타즈(인천 경기 강원), MBC청룡(서울), OB베어스(충청) 등 6개 구단 밖에 없었을 때다.

수원엔 프로야구단이 없었다. 한때 현대 유니콘스가 근거지로 삼았고 수원야구장에서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2003년, 2004년 우승까지 일궈냈지만 수원사람들은 정을 주지 않았다. 홈구장을 서울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대유니콘스가 2007년 정규시즌을 마지막으로 해체되고 2008년 '우리 히어로즈'로 바뀐 뒤엔 수원에서 프로야구를 볼 기회조차 사라졌다.

수원시와 KT그룹의 뜨거운 유치 열정으로 2013년 10구단 kt wiz가 출범했다.

막내구단인 kt 위즈는 초창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창단 후 2014년 KBO리그 2군을 거쳐 2015년 1군에 진입했지만 성적은 3년 연속 최하위였다. 2018년에야 처음으로 꼴찌에서 탈출, 9위를 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후 환골탈태에 가까운 변신을 했다. 지휘자의 역할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줬다. kt 위즈는 그간의 부진을 씻고 2020년 정규리그에서 준우승, 가을야구를 수원시민에게 선사했다. 이후 선수들에게서 패배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재도 1위를 질주하면서 2021년 정규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도 노리고 있다.

강백호! kt 위즈의 쟁쟁한 타자들 중심에 그가 있다. 팬들은 kt 위즈의 올해 우승과 함께 강백호의 4할 타자 등극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26일 SSG와의 경기에서 강백호가 홈런을 치고 있다. 강백호는 결승 홈런에 쐐기포까지 터트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사진=kt 위즈 홈페이지)
26일 SSG와의 경기에서 강백호가 홈런을 치고 있다. 강백호는 결승 홈런에 쐐기포까지 터트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사진=kt 위즈 홈페이지)

올해 강백호의 타율은 4할 대를 넘나들고 있다. 후반기 첫 주 타율 4할5푼(20타수 9안타)을 쳤다. 이후 저조한 타율로 3할대로 내려앉았지만 8월 17일 LG 트윈스 전에서도 4타수 2안타를 치며 4할대를 회복했다. 그러다 현재 다시 3할대로 주저앉았다.

4할 타자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단 한 명밖에 없었다.

프로 원년(1982년)인 39년 전, 백인천이 4할1푼2리를 기록했다.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이종범 양준혁 이만수 장효조 이병규 김성한 장종훈 박재홍 등 기라성 같은 타자들도 3할대에 머물렀다.

이는 메이저리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1941년 테드 윌리엄스의 4할6리 이후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도쿄올림픽 이후 강백호를 걱정했다.

강백호는 도쿄올림픽 조별 예선에서의 타격이 부진했다. 게다가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껌을 질겅질겅 씹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노출됐다. 이로 인해 한동안 악플에 시달리기도 했다.

강백호는 “나름대로 허탈하고 아쉬워서 그런 장면이 나왔다”, “경기 내내 그러진 않았다. 그러나 뭐라 변명할 여지없이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그래, 그럴 수 있다. 1999년생, 겨우 22살 밖에 안 된 아직 어린 선수다. 이를 교훈삼아 앞으로 잘하면 된다.

그런데 마이데일리는 이번 강백호 파동은 일본 니혼TV의 올림픽 정신을 위반한 편파적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비록 강백호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중계화면이 한번 비추고 지나가면 될 것을 의도적으로 부각시켰다”면서 “유독 도쿄올림픽 야구에서는 한국 대표팀의 이상한 모습 화면을 여러 차례 국제 송출했다”고 지적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참 밴댕이 보다 더 속 좁은 인간들이다.

강백호는 절대 주눅 들지 말기 바란다. 지금부터 심기일전, 평소의 밝은 모습을 되찾기 바란다. 그러면 한국 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 4할 대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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