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말 속에 어떤 신비한 힘이 배어 있다고 믿었다.

특히 긍정적인 축원의 말은 더욱 그렇다고 믿었다.

예를 들어 ‘장래의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상대방에게 희망을 전달하면 실제 그 사람의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식이다.

한글학자 육당 최남선(崔南善)은 이를 '언령관념(言靈觀念)'이라 풀이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과 함께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덕담(德談)’이 탄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명절만 되면 수없이 오고가는 덕담의 역사는 매우 오래됐다.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시작은 임금과 신하가 새해 첫날 서로 하례하는 궁중의식이었다고 한다.

현대에 와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통령이 매년 신년사를 통해 국민에게 덕담을 건네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런가 하면 새해 사회 각 분야에서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사자성어도 덕담의 변형이다.

올 초에도 이 같은 사자성어들이 시중에 넘쳐났었다.

코로나 팬데믹시대 극복의 의지를 담고 너도나도 내 놓았기 때문이다. 거기엔 특히 정치인들이 많았다.

하지만 덕담은 일반인들 사이에 더 널리 사용된다.

특히 새해를 비롯 대처에 나갔던 가족들이 모이는 추석을 맞아 서로 복을 빌고 소원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뜻에서 축의를 표시하는 만큼 문구도 다양하다.

그리고 세월과 시대에 따라 내용의 부침도 심했다. 

한때 TV광고에 나와 전 국민의 덕담이 된 ‘부자 되세요’와 같은  문구에서부터 시대에 관계없이 으뜸화두로 자리 잡고 있는 ‘건강하세요’에 이르기까지.

이번 추석에도 많은 덕담들이 오고 갔다.

비록 SNS등을 통해 힘든 코로나 상황과 어려워진 살림살이를 극복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는 메시지가 주류를 이뤘지만 직접 건네는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준 것 또한 사실이다.

덕담은 말을 할 때도 그렇지만 들을 때 더욱 기분 좋다.

상처를 치료하는 영약이 되고 사랑을 일구는 묘약이 되는 것 또한 덕담이다.

비록 형식적이고 의례적이라 해도 정겨운 덕담 한마디는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준다.

국민들 사이에서 이런 덕담들이 오고간 이번 추석명절에 정치권에선 또 다른 덕담이 유투브들 사이에 회자돼 화제다.

“‘화천대유 하세요’ ‘네~ 천화동인 하시고요‘” 야당의 모 대권주자가 유투브에 올린 패러디 덕담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유행을 탄 것이다.

화천대유(火天大有)는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는 뜻이다. 명리학계에선 아주 좋은 괘로 평가된다. 천화동인(天火同人)은 ‘마음먹은 일을 성취할 수 있다는 운’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진정성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주주 몇명이 1153배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주체회사 화천대유.

이를 둘러싼 논란에서 비롯된 ‘비아냥 덕담’이 추석연휴를 달군 작금의 정치 현실.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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