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명절중의 명절로서 오곡백과가 가득한 풍요를 느끼게 해준다.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그런데 이번 추석을 앞두고 ‘추석블루’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사실 경제적으로 궁핍하거나 가족이 없고, 고향에 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 추석이나 설은 기쁜 날이 아니었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우울한 사람들은 더 증가했다.

한국갤럽은 지난 7~9일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 계획을 물었다. 그 결과 1박 이상의 고향 방문이나 여행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77%나 됐다. 18%만이 고향을 방문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여행을 하겠다는 사람은 2%였다.

한국갤럽은 지난 1989년부터 추석과 설 연휴를 앞두고 귀향 계획 의견을 질문했는데 보통 30%를 넘는 응답자가 연휴에 1박 이상 고향을 방문하겠다고 응답했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16%, 올해 18%만이 고향을 방문하겠다고 한 것이다. 긴 연휴를 즐길 수 있고, 멀리 있는 가족 친지와 오랜만에 만날 수 있는 기회인데도 추석이 즐겁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들도 40%나 됐다. 그 중 27%는 ‘경제 사정이 좋지 않고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답했고 ‘코로나19 상황이 걱정된다’가 20%, ‘가족 친지들이 모이지 못한다’가 18%였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고향에도 가지 못하는 국민들이 이렇게나 많다.

중소기업과 소상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극에 달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9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2021년 중소기업 추석 자금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55.8%의 기업이 추석 자금난을 호소했다. 영세업소일수록 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응답했는데 코로나19의 영향이라는 응답이 96.4%나 됐다. 사정이 이러니 추석 상여금 지급도 어려웠다.

이처럼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맞은 추석이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쪽이 따듯해지는 소식들도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전몰군경미망인회 수원시지회가 생활이 어려운 회원 150명을 대상으로 송편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전몰군경미망인들은 이 땅에서 다시는 전쟁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길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들이다. 전쟁터에서 남편을 잃은 뒤 홀로 자식을 키우고 부모를 모셔온 그 세월은 또 다른 전쟁판이었을 것이다. 그런 분들이 자신보다 힘들게 사는 다른 보훈 가족을 위해 송편을 빚는 모습은 존경스럽다.

훈훈한 이야기는 또 있다. 통닭거리에 있는 남문통닭 김경재 대표는 아동양육시설인 경동원, 꿈을 키우는 집, 동광원에 1000만원 상당의 냉동닭 식품을 후원했다.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적극적인 기부를 이어오고 있는 파장동의 이학순 베이커리도 200만원 상당의 김을 쾌척했다. 어디 이 분들 뿐이랴. 알려지지 않은 선행은 여기저기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그나마 유지되고 있다. ‘추석블루’라지만 이들이라도 있어서 덜 우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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