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계속 미뤄지던 2021년 '수원화성 낙성연' 행사는 결국 불발됐다. (사)화성연구회는 회의 끝에 올해 낙성연 행사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행사 TF엔 나도 끼어 있었는데 아쉽기도 하지만 안도의 한숨도 나온다.

2018년 수원화성 낙성연에 출연한 (사)화성연구회 회원들.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강제원)
2018년 수원화성 낙성연에 출연한 (사)화성연구회 회원들.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강제원)

당초 계획대로 진행했더라면 꽤 괜찮은 그림이 나왔을 것이다. 지역 연극인인 표수훈 씨가 대본과 연출, 출연자 섭외까지 맡아 동분서주했고 최호운 이사장을 비롯한 TF팀도 머리를 맞대고 멋진 공연을 준비해왔다. 그런데 서너 차례 연기 끝에 취소 결정을 하고나니 허전하고 아쉬울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취소 결정이 옳은 것이란 생각도 든다. 코로나19 확산 위험도 문제지만 여러 차례 연기를 거듭하다보니 출연진 섭외도 어긋나는 등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에 차라리 공연취소가 나을 수 있다.

낙성연은 (사)화성연구회가 매년 개최하고 있는데 2019년까지는 고증과 자료에 의거, 비교적 충실한 재연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관단체인 (사)화성연구회 부이사장이자 ‘정조대왕 전문가’로 이름난 김준혁 부이사장이 프랑스에서 채색본 낙성연도를 구해오고 한정규 회원 등이 채색본 낙성연도와 화성성역의궤, 한글본 정리의궤 기록을 비교분석하고 고증해 재현함으로써 호평을 받았다. 경인일보는 “궁중연희와 민간연희가 같은 공간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멋스럽고 화려한 궁중무용과 재미있고 흥겨운 한마당이 펼쳐져 상하동락을 실현하는 공연”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나는 2018년에 열린 ‘수원화성 낙성연’에서 화성 축성 시 감동당상을 맡은 수원유수 조심태 역으로 출연했다. 2019년엔 장용영 호위무관 역을 맡았으나 공연 당일 비가 오는 바람에 무 대 근처에 가보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2018년 조심태 역으로 무대 한 구석을 차지했던 필자.
2018년 조심태 역으로 무대 한 구석을 차지했던 필자.

그러나 지난해엔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을 하지 못했고 비대면 낙성연 토크콘서트와 낙성연 자료집 발간 등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내실 있는 행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매년 똑같은 내용에서 탈피하면 좋겠다는 수원문화재단의 요구에 따라 콘셉트(concept)를 달리했다.

지난해 비대면 낙성연 토크콘서트에서 낭독했던 나의 시 ‘그대들, 비록 그 자리 초대받지 못하였으나-그날 수원에서의 잔치, 낙성연(落成宴)’을 모티브로 연극과 시낭송, 음악과 무용 등이 어우러진 무대를 만들어 보자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윤복쇠, 김대노미, 김개불, 김쇠고치, 지악발, 이자근노미.../그대들 비록 그때 그 자리/초대받지 못하였으나/저 성벽과 누각, 수원천에 비치는 달빛/만천명월(萬川明月)의 주인은 그대들일세//동서남북 그리고 여기/오방기 흔드는 바람도 그대들임을 내 잘 알지//그대들 원력(願力)으로 다진 터에/눈물 수천줄기 모여 흐르던 내에/저 좀 보아//굳은 맹세처럼 성이 솟았네//이 자리에 없으나/나의 마음 속 큰 술잔 받으시게/이어인노미, 김육손, 김노랭이, 황시월쇠, 정춘득...//기세 푸르던 장용영 군사들/춤추고 노래하던 여령들과/장안문 밖 새술막거리 주모/그대들도 오늘밤은 불취무귀(不醉無歸)//비록 그날 잔치에 초대받지 못하였으나/김오십동이, 강허무쇠, 최말불, 김순노미, 박작은여출/1796년으로부터 224년이 흐른 2020년//오늘에서야/그대들에게 내미는/아직도 여여(如如)한 이 마음 한잔 받아주시게

-졸시(拙詩) ‘그대들, 비록 그 자리 초대받지 못하였으나-그날 수원에서의 잔치, 낙성연(落成宴)’ 전문

 

낙성연은 수원화성 준공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잔치다.

정조대왕은 1796년 수원화성 준공을 축하하기 위해 낙성연을 지시한다.

궁중행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축성에 참여한 감독관과 기술자 및 일용노동자와 일반 백성에 이르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낙성잔치를 즐겨 상하동락의 애민정신을 구현했다. 그러나 성역에 참여한 인원 중 극소수만 잔치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참여하지 못한 일꾼들을 정조대왕이 초청해 위로해주는 내용으로 전개할 생각이었다.

공연 장소는 처음 정조대왕의 어진이 모셔진 화령전으로 정했으나 나중에 낙남헌으로 변경됐다. 소수의 관객이라도 입장시키고자 했으나 무관중 비대면 영상 녹화로 바뀌었고 그나마도 날짜가 계속 연기됐다. 도저히 진행할 수 없는 여건이 된 것이다.

어쩔 수없이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내년엔 코로나19가 종식되겠지.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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