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기호식품은 없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석유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유통량을 자랑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때  기호식품의 최고임은 분명하다.

커피는 유통량에 견주어 즐기는 사람들의 취향 역시 고도화되어가고 있다. 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1896년 고종 황제가 즐긴 ‘로서아 가비’가 수입 원조임를 감안하면 125년이 됐지만 지금의 소비량은 세계 6위로 탑 클라스다. 

연간 커피 소비량이 1인당 353여잔, 전국민이 하루 한잔, 1주일에 7잔에 가깝다.  일부 통계에 의하면 커피 매니아들의 경우 주식인 밥보다 커피를 더 마신다는 통계도 있다.

덕분에 원두 수입도 해마다 폭증하고 있다. 관세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인 2020년 수입 커피 원두는 16만7000t에 달한다.

시장규모도 연 6조원이라고 하니 가히 '커피공화국'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커피사랑은 지난 1976년 세계최초 ‘달달한 커피믹스’가 등장하는 바탕이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커피가 기호식품의 지존이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함유하고 있는 카페인 덕분 아닌가 싶다.

뿐만아니라 브랜딩, 즉 원두를 볶는 방법에 따라 수천가지의 오묘한 맛과 새로운 향미를 가진 커피를 창조해내면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거기에 건강적인 효능까지 입증되면서 증명돼 더해져 음료의 지존자리에 올랐다.

실제 커피를 처음 마셨다고 알려진 오스만 제국의 터키인들은 커피가 질병치료 등 의학과 깊은 상관관계에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담석, 통풍, 천연두, 홍역, 기침 치료제로 썼다.

11세기 초 아라비아의 의사들은 커피가 ‘위장의 수축을 부드럽게 하며 각성효과가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17세기 유럽의 의학자들도 커피를 몸에 이로운 약으로 여겼다.

이 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커피는 18세기 초까지 음료보다는 의약품으로 더 많이 이용되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일부 의학자들 사이에 커피가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 중 하나는 신경쇠약을 일으키고, 위액의 변화를 가져오며, 경련·중풍을 유발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근거는 매우 미약했다. 이처럼 커피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본격 확산된 것은 카페인 섭취가 인체에 해롭고 커피에 카페인이 많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불과 한 세기 전의 일이지만. 해서 커피가 얻은 별명도 있다. ‘악마의 유혹’이라는 명칭이 그것이다.

몇 년 전 하버드대 연구팀이 하루에 3∼5잔 정도의 커피를 마시면 커피를 전혀 안 마시는 사람보다 3∼7년 정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보고서를 내놔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유는 하루 이 정도의 커피를 마시면 심장병과 파킨슨병, 성인 당뇨병, 뇌졸중에 따른 조기 사망 위험을 낮추고 자살 가능성도 예방되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번에 이보다 더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엊그제 서울대 연구팀이 일본, 중국, 싱가포르 연구팀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 33만명을 12년 6개월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사망 위험이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남성은 평균 24%, 여성은 28% 낮았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는 것.

아울러 하루 서너 잔씩 마셨을 때 사망 위험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첨부했다.

연구팀은 커피에 들어 있는 클로로겐산과 카페인, 트리고넬린, 마그네슘 등의 생리활성물질이 항산화와 항염증 효과를 내고 혈당 수치를 개선하는 것으로 분석했다나.

이쯤 된다면 ‘커피’는 '악마의 유혹'이 아니라  ‘천사의 유혹’ 으로 불러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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