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급스러워 보이는가? 공공기관의 외국어 남용

요즘 숏폼, 웨비나, 어젠다, MOU, 팬데믹 등의 외국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관청의 공문서에도 등장할 정도다. 번역하자면 ‘짧은 영상’, ‘화상 토론회’, ‘의제’, ‘업무 협약’, ‘세계적 유행’ 등이다. 경기도가 공공문서에 자주 사용하는 단어 중 대체어 사용이 필요한 55개를 선정했는데 이 단어들도 포함돼 있다. ‘계도’(홍보), ‘내주’(다음 주) 등 어려운 한자어와 일본식 표현도 들어 있다. 도는 이번에 선정된 대체 대상 공공언어 목록을 경기도 전 부서와 공공기관, 시·군에 배포했다.

도 관계자가 앞으로 부정확하고 어려운 용어를 지속 발굴하고 도민과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힌 데서도 알 수 있지만 쉬운 우리말로 바꿔야 할 단어가 어디 55개 뿐일까.

도가 사전조사(5월1일~지난달 31일)를 거쳐 이달 1일부터 17일까지 각 부서에서 생산한 공공언어 문서 3만3422건(대국민 공개문서 1만9265건, 사업명 및 누리집 공개문서 1만2479건, 언론 보도자료 1678건)을 대상으로 경기도 공공언어 바로쓰기 특정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조사문서의 46.3%에서 잘못된 공공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자어 2만7767개(53.1%), 외국어 1만2254개, 한자·로마자 8740개, 일본어 투와 권위적 표현 3412개, 차별어 92개였다.

관공서의 외국어 사랑과 일제 잔재어·권위적 한자투 사용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경쟁하듯이 도시 구호나 상징을 영어로 쓰고 있다. 하이, 클린, 굿모닝, 휴먼시티, 브라보, 유어 파트너, 선샤인, 힐링 등의 영어가 도시이름 앞에 당당히 붙는다. 서울시의 경우 ‘I.SEOUL.U(아이 서울 유)’라고 했다. 관청의 행사도 ‘~데이’ ‘~페스티벌’이 흔하다. 최근 경기도내 지방정부들의 보도자료를 보니 ‘온-택트 콘서트’ ‘크라우드펀딩’ ‘에너지 클러스터’ ‘스마트가든’ ‘거버넌스’ ‘미디어아트쇼’ ‘워킹스루’ 등 영어단어들이 등장한다.

외국어 남발이 심각하다. 외국어를 사용하면 더 품격 있어 보이거나 고급스러워 보일까? 우리말로 쉽게 풀어서 표기하면 시민과 소통하기도 편할 텐데 말이다. 컨벤션센터 같은 외국어는 인정할 수 있다. 대규모 국제회의나 행사가 열리는 곳이고 국제적인 홍보가 필요한 시설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세계화 시대다. 외국어 사용을 마냥 거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민과 소통을 하려면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옳다. 알아듣기 어렵거나 낯선 외국어를 굳이 사용하려는 행정은 불통을 자초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