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에 여치와 개미의 생활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여치와 개미가 이웃하며 살았는데 여치는 여름내내 먹을 것이 풍족하여 일할 필요가 없다며 마냥 즐겁게 뛰어놀기만 했다.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왔는데도 여치는 맑은 하늘 아래 먹을 것이 풍족하니 일에 대한 미련이 없어 계속하여 노는 데만 열중하였다.

그러나 개미는 머지않아 닥칠 겨울에 대비하여 여름의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닥치는 대로 일하면서 양식을 저장하였고, 가을이 되어서는 여름보다 일하기 좋으니 더욱 열심히 일하면서 겨울을 지낼 양식을 저장했다.

여치는 이러한 개미를 보면서 인생을 즐기면서 함께 놀자는 제의를 하였지만, 개미는 여치의 제의를 거부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였다.

세월은 멈춰 있지 않고 어느새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닥쳐왔다. 여름과 가을에 그렇게 풍족했던 먹을 것은 없어지고 날씨마저 추워졌는데 여치에게는 당장 먹을 양식은커녕 몸을 녹일 집도 없었다.

그러나 개미는 겨울을 대비하여 따뜻한 집도 마련해 두었으며 먹을 양식도 충분히 저장해 두었으므로 겨울을 지낼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제야 여치는 개미가 여름내 땀을 흘리면서 열심히 일한 이유를 알게 되었으며 자신의 지난날을 후회하였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래서 여치는 개미를 찾아가 겨울을 지내기 위한 양식을 구걸하게 되는데 여치의 이러한 구걸에 대하여 우리의 동화책에는 개미가 불쌍한 여치를 위하여 따뜻한 음식을 먹여주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지만, 외국의 동화책에는 개미가 동냥을 온 여치를 비웃으며 내쫓는 것으로 이야기의 끝을 맺고 있어 우리의 정서와 외국의 정서의 다름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가 이솝 우화 이야기를 한 이유는 개미의 곳간은 넘쳐나지만, 여치의 곳간은 비어있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의 곳간은 어떠한가? 

국회 예산정책처는 우리나라 2021년~ 2030년 중기재정 전망을 통해 2029년 국가채무가 2029조5000억원을 기록해 2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내년 1720조6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돌파한 뒤 매년 수백조원씩 증가한다. 5년 후인 2026년 1575조4000억원, 이어 3년 뒤인 2029년에는 2000조원을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국내총생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내년 50.4%에서 2026년 61.0%를 기록해 60%를 처음으로 넘어선 뒤 2028년 70%로 뛰어오른다는 것이다.

나랏빚이 2,000조원을 넘는 2029년에는 국가채무 비율이 75.2%를 기록하게 된다. 나랏빚이 증가하면 정부의 이자 지출 비율도 함께 늘어난다는 것이다.

올해 17조9000억원 수준인 이자 지출은 2000조원을 넘는 2029년에는 34조원을 이자로 내야 한다는 전망이다.

최근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더 늘어나리라는 것이 문제이다.

국내 상황을 보면 소비자 물가는 작년 10월과 비교해 3.2% 올라 물가 상승률이 9년 9개월 만에 최고라는 점에서 거의 쇼크 수준이다.

석유류, 축산물, 가공식품, 전기료, 전셋값에 이르기까지 생활에 밀접한 품목 중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인플레이션의 검은 그림자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또한 국제상황은 원자잿값 급등, 글로벌 공급망, 물류대란, 보복 소비 등 인플레이션 위험이 가득하다.

거기에 더해 물가상승으로 인한 임금 인상, 금리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불안한 요인은 또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코로나 시기에 늘린 정부예산을 내년에는 10% 이상 줄이고 있는데 반면 우리 정부는 정반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내년에 604조4000억원 빗장이 확 풀렸다.

이런 기조가 계속된다면 2029년 국가채무는 2029조원이 될 것이다. 

GDP 대비 40% 선을 놓고 논란을 빚었던 국가채무 비율이 8년 뒤 75.2%로 급상승하는 것이다.

이런 판국에 한 대선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100만원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이미 과도한 재정지출로 한국 국채금리는 국가신용등급 최상위국(AA 급 이상)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 스스로 위기를 잉태하고 있는 마당에 선거를 앞두고 돈을 더 풀자는 주장이 거리낌 없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갈수록 엄혹해지는 세계 경제 환경 속에 위기 대응과 나라 곳간 지킴이 역할이 거추장스럽다는 것인가?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우리의 후손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우리는 지금 우리의 곳간을 비울 것이 아니라 채워나가야 한다는 것을 정치권에서는 명확히 알아야 한다.

선거가 나라의 미래를 좀먹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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