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호이징아(Johan Huizinga)가 쓴 책 ‘호모 루덴스(Homo Ludens)가 있다. ’호모 루덴스‘는 “놀이하는 인간”을 의미하는데 이 호모 루덴스에서 ’홈 루덴스‘라는 신생어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홈 루덴스‘는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 놀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을 표현하는 말로 자기만의 안전한 공간에서 영화감상과 운동, 요리 등 취미를 즐기려는 사람을 의미한다. 요즈음의 불편한 현실을 긍정적으로 극복하는 ’홈 루덴스‘형 인류를 가능하게 하는 ‘메타버스(Metaverse)’는 가능성의 영역을 넘어 현실성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다.

기존 기술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대표라 불리는 정보통신기술(ICT)로 인해 단편적 체험에 그쳤던 메타버스가 우리 일상의 일부를 대체하거나 일상과 병행할 수 있는 수단이 된 것이다. 가상현실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아바타를 통해 구현하며 아바타로 대변되는 타인과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과거의 메타버스는 현실과 무관한 별도의 가상공간에 참여하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현실세계와 연계되는 가상공간 안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현실의 욕구와 문제 해결이 일부분 가능하다.

여행욕구는 충만하나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여행에 참여할 수 없는 여행약자들을 위한 대안으로 ‘메타버스’ 여행을 지난 글에서 언급하였다. 일상회복이라고 하나 해외여행은 여전히 어렵고 국내여행도 조심스러운 상황에서 메타버스형 관광 콘텐츠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여행지와 메타버스 공간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 기술과 더불어 흥미로운 경험이 함께 해야 한다. 

세계의 많은 여행지에서는 역사적 인물들의 사랑, 비극적 죽음, 극적인 사건을 이야기로 담아 여행자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사실과 현상에 감정을 버무려 삶의 이야기로 전달하는 스토리텔링은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다. 스토리텔링에서 발전한 체험형 스토리두잉(Story doing)도 인기가 높다. 단순한 체험을 공유하는 스토리두잉을 넘어선 스토리리빙(Storyliving)은 공간을 초월한 체험과 공유가 가능하다. 스위스 스타트업 회사인 솜니악은 Birdly라는 VR 기기를 만들었다. 이 제품은 고객에게 새가 되어 하늘을 나는 경험을 제공한다. 고객은 새가 되어 도시 위를 날 수도 있고 바다를 날며 바람을 느낄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시간을 되돌려 자연과 인간의 역사 현장으로 날아 갈 수는 없다. 그러나 역사는 흔적과 기록으로 존재한다. 흔적과 기록을 바탕으로 구현된 가상현실을 이용해 공간을 넘고 시간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역사가 만들어지는 순간으로의 ‘스토리리빙’ 즉, ‘체험여행’이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메타버스속 공간과 이야기를 어떻게 선점할지 고민해야 한다. 선점은 오랫동안 기억된다. 빨리 일어나는 새는 판단하고 행동할 시간을 선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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