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낮아지는 계절, 어김없이 찾아온 ‘도로의 복병’이 있다.

바로 ‘블랙아이스(Black Ice)’다. 몇 년 전부터 겨울만 되면 뉴스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더니 어느새 ‘빙판길’의 대명사가 됐다.

‘도로 결빙 현상’이라고도 하는 블랙아이스는 얼음이 워낙 얇고 투명해 도로의 검은 아스팔트 색이 그대로 비쳐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보기엔 단순히 도로가 조금 젖어 보이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고는 끔찍하다. 규모도 ‘10중~20중’ 충돌은 예사다. 2년전 11월,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원주 나들목 블랙아이스 사고’가 대표적이다.

운전자라면 못 본 사람이 없을 정도라는 이 영상에는 40여 분 동안 블랙아이스 현상으로 미끄러진 20여 대의 차량들이 잇따라 충돌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충격을 준 바 있다.

이후 블랙아이스는 운전자들에게 더욱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비슷한 시기 화성시 장안대교 평택방향에선 트럭과 트레일러 등 차량 10대가 잇따라 추돌, 2명이 숨졌다.

블랙아이스 때문이었다. 두 사건 모두 운전자가 미처 손쓸 사이도 없이 마치 ‘차량 컬링경기’를 연상시켜 운전자들 사이에서 블랙아이스의 무서움이 다시 회자됐다.

블랙 아이스는 오전 6~8시에 많이 생긴다. 특히 지열이 닿지 않아 아스팔트 도로보다 지표면 온도가 2~3도 낮은 교량과 터널 출입구, 굽은 도로, 그늘진 도로에서 블랙 아이스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눈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다리 위나 호숫가 주변의 도로, 또는 그늘이 져 있는 커브 길과 같이 기온의 차이가 큰 곳에서 생기기 쉬워서다.

특히 제설 작업을 위해 도로 위에 뿌린 염화칼슘이 눈과 결합하게 되면 더욱 위험하다. 도로 위에 남아있던 수분이 도로 표면을 더욱 미끄럽게 하기 때문이다.

피해의 심각성도 높다. 최근 3년간 노면상태별 교통사고 치사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건조한 노면은 교통사고 치사율이 1.87명인 반면 빙판길에서는 3.65명으로 1.95배나 높게 나타났다.

또한 차량의 제동거리도 일반승용차가 50km/h 주행할 때 건조한 노면에서는 11m인 반면 빙판길은 48.3m로 4.4배나 길어진다.

그렇다면 예방책은 없는 것일까?

요즘은 내비게이션으로 운전자에게 위험 안내를 해주고 기상 여건에 따라 운행 제한속도를 조정하는 서비스가 확대돼 그나마 다행이지만 지피지기(知彼知己)보다 못하다.

먼저 블랙아이스 현상이 자주 발생할 수 있는 노면 상태를 사전에 인식하는 게 우선이다.

아울러 겨울용 타이어 장착을 비롯 빙판길에서의 대처법 등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운전법을 평소 익혀두는 것도 요령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출발 전 반드시 날씨를 챙기고, 차량을 점검하는 습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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