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시위’를 떠난 ‘화살’같이 빠른 게 시간이라고 했던가?

찬바람속 옷깃을 여미며 돌아보니 어느덧 한해가 달력 한 장에 걸려 있다.

신축년 (辛丑年)을 보내는 아쉬움이 마음 속 깊이 남는다.

더불어 나눔의 계절이 도래한 것도 느껴진다.

우리 국민들은 유독 연말연시만 되면 기부의 손길을 많이 펼친다.

통계만 보더라도 연중 전체 기부금의 60% 이상이 매년 12월과 1월에 집중된다.

며칠 지나지 않아 그 달이 도래한다.

11월 말이면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지고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등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런 가운데 알려지는 보통사람들의 기부 선행은 감동을 주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아울러 행복감도 전해주고 찬바람으로 식었던 우리의 몸도 덥혀준다.

이처럼 ‘베푸는 마음’은 당사자는 물론 보는 이들까지 심장병의 위험을 줄이고 사망률을 낮출 만큼 건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몇 해 전 캐나다 몬트리올대학 연구진은 조건 없는 봉사와 기부하는 사람들의 뇌를 관찰했다.

이들의 뇌는 기쁜 감정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행복 호르몬 엔도르핀이 다량 분비됐다.

특히 어려운 사람들에게 되돌려 받을 생각 없이 베푸는 조건 없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뇌는 더욱 활성화하는 것도 밝혀냈다.

모두 7곳이 활성화해, 3곳을 활성화하는 연인끼리 사랑이 두 배를 넘어 섰다는 것. 의학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고양(高揚)효과라고 한다.

‘헬퍼스 하이’도 비슷한 말이다.

정신의학적 용어로 ‘남을 도울 때 느끼는 최고조의 기분’을 의미해서다.

‘테레사 효과’라는 말도 있다.

사람들에게 가난한 이웃을 위해 평생을 바친 테레사 수녀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나 책을 보여주고 신체 변화를 관찰했다.

그랬더니 면역물질이 50%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처럼 기부는 생각하거나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고 건강해진다.

하지만 올 풍경은 예년과 좀 다른 것 같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힘들고 어려운 살림살이가 기부마저 움추려들게 할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기부는 지갑을 여는 게 아니라 마음을 여는 행위라는 말이 있다.

얼마 남지 않은 한해, 스토리 있는 기부가 각 분야에서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아울러 올해는 감동적인 기부천사 이야기도 더욱 많이 들려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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