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자선냄비가 처음 등장한 건 1928년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흉년과 수해가 겹쳐 헐벗고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스웨덴 출신 구세군 정령 조셉 바아(박준섭)가 서울 명동 종로 등 20여 곳에 자선냄비를 내걸고 모금을 시작한 것이 최초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빨간 냄비지만 당시엔 가마솥이 내걸렸다.

기록에 따르면 이 가마솥을 통해 모두 848환47전(약 850만원)이 걷혔다고 한다.

이렇게 모금된 성금은 끼니를 거른 사람들에게 밥과 국을 먹이고 옷을 나눠주는 데 사용했다.

하지만 일제의 탄압으로 중간 중간 중단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리고 해방이 되고 한국전쟁이 끝난 1954년 12월 서울 광화문에 다시 등장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빨간 냄비는 해마다 연말이면 딸랑거리는 종소리와 함께 등장, 이웃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상징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올해로 국내 모금활동 93년이 된 자선냄비는 1891년 미국에서 처음 탄생했다.

1891년 겨울 1천여명의 승객을 태운 여객선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해안에 좌초됐다.

그리고 곧바로 난민이 발생했다.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난민들을 위해 구세군 여사관 ‘조지프 맥피’가 나섰다.

오클랜드 부둣가에 큰 쇠솥을 걸어놓고 모금 활동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쇠솥에 이런 구호를 써 붙였다.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

그러자 지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돈을 넣기 시작했다.

자선냄비는 이렇게 탄생했다.

이후 전세계로 퍼져, 붉은 세 다리 냄비걸이와 냄비 모양의 모금통, 제복을 입은 구세군 사관의 딸랑 종소리’ 는 매년 연말이면 이웃사랑을 위한 모금 운동의 중심이 되고 있다.

연말 자선냄비를 운영하는 구세군은 1865년 영국 런던에서 창립된 기독교의 한 교파다.

감리교 목사 윌리엄 부스가 기독선교회를 만든 뒤 1878년 조직을 군대식으로 바꾸었다. 세계 118개국에 교회 1만5000여곳, 교인 150여만명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908년 영국의 구세군 사관 로버트 호가드(한국명 허가두)에 의해 전파됐다. 현재 10여만명의 교인이 47개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등 사회사업에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엊그제 2021 구세군 자선냄비 시종식을 시작으로 수원을 비롯, 전국에 322개 지역에 자선냄비가 내 걸리고 종소리를 울리며 거리 모금에 돌입했다.

매년 이전보다 높은 모금 목표를 정해 왔지만 올해는 목표 모금액을 설정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대신  현금이 없어도,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스캔하면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등 기부 방법을 다양화했다고 한다.

코흘리개 어린아이 성금부터 반지나 목걸이 같은 귀금속, 채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금이 담기는가 하면 훈훈한 기부 스토리가 피어나는 ‘자선냄비’.

올해는 사회를 혼란스럽게하는 ‘짝퉁’ 유사 자선냄비들이 등장하지 않으면 좋겠는데….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