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에 관한 괴담은 소위 전문가라고 표방하는 이들의 의학적 지식과 결부돼 빠르게 사실처럼 전파 되는 게 특징이다.

세계적 대표사례가 23년 전인 1998년 영국에서 있었던 홍역관련 백신 괴담이다.

당시 영국 내과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가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에 '홍역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12명 아이를 관찰한 결과, 홍역과 풍진 등을 함께 예방하는 ‘MMR 백신’과 자폐증이 상관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발표 후유증은 엄청났다.

영국의 수많은 학부모가 ‘백신 공포’에 빠졌고, 홍역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면서 갑자기 홍역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의 ‘가짜뉴스’라는 해명도 통하지 않았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영국정부는 일반의학위원회에 논문 검증을 맡겼다. 

의학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한 뒤 대 국민 설득에 나서기 위함이었다.

결국 위원회는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이를 바탕으로 2001년 논문을 취소한 뒤 웨이크필드의 의사 면허를 박탈했다. 

정부의 주장대로 가짜뉴스로 밝혀졌지만 몇 년이 지나 이미 수많은 아이가 홍역의 희생양이 된 뒤였다.

백신괴담은 이처럼 한번 퍼지면 엄청난 인명피해를 동반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럼에도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백신 괴담을 믿고 백심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덩달아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주로 자연주의를 표방한 젊은 부모들을 중심으로 신규 백신은 물론 기 백신마저 거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적으로 면역반응이 일어나 치유되거나 간단한 민간요법으로도 나을 수 있는 것을 과잉진료 하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으며 백신 거부운동으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코로나 이전 홍역, 수두, 디프테리아, 백일해, 유행성이하선염, 독감등 주로 유아들의 백신이 여기에 해당한다.

요즘 우리 사회를 흔드는 ‘코로나 백신 괴담’ 역시 ‘홍역 백신 소동’과 원인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른바 ‘전문가’로 통하는 인사들이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서다.

​최근 한 산부인과 의사가 ‘백신에 미생물이 들어 있다’는 기자회견을 하자 맘 카페를 비롯한 온라인 사이트에 이 주장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가짜뉴스로 일축했지만 학부모들의 불안을 잠 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가뜩이나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사용한 메신저 리보핵산이 DNA를 조작한다거나 백신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할 것이라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뉴스가 범람한지  얼마 안 된 상황이어서 불신도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학부모 사이에선 청소년 접종 의무화를 반대하는 저항도 격렬해지는 양상이다.

이 같은 백신 공포, 그리고 관련된 가짜뉴스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정부라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의학적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투명하지 않은 백신 수급과 공급, 거기에 부작용에 대한 책임회피 등이 가짜뉴스 '배양처' 구실을 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불신이 클수록 음모론은 기승을 부린다.

비록 늦었지만 더 성심껏 백신에 대해 공개하고 사소한 부작용이라도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괴담을 무너뜨릴 수 있고 정부의 신뢰도 회복하면서 국민의 백신 공포도 덜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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