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오래된 유행어다. 그러나 지금도 널리 쓰인다.

지난 2014년 국립국어원이 국어사전에 등재한 ‘할빠’와 ‘할마·할맘’ 이라는 단어다.

‘할아버지아빠’와 ‘할머니엄마’의 줄임말이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육아를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맡기며 조부모의 역할이 기존 부모의 역할과 같이 중요해진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육아 부담을 떠안은 노년의 수고로움도 묻어난다.

요새 노인들의 ‘황혼 육아’는 보편화된 지 오래다.

해서 이른바 ‘손주 돌보미’라는 명칭을 붙여 일찍부터 일부 지자체에서 수당도 지급한다.

맞벌이 부부 부모에게는 양질의 육아를 제공하고, 조부모에게는 경제력을 지원하기 위한 특화 사업인 셈이다.

손주 및 며느리·자녀와의 갈등 예방을 위한 ‘행복한 손주 돌봄 가이드북’도 나왔다.

가족 간 양육 방식 합의, 적당한 금전으로 감사 표시, 조부모 건강 챙기기 등 양육갈등 해소법이 담겨 있다.

그런가 하면 비교적 젊은 할빠 할마들은 직접 자신의 육아 비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50∼70대 퇴직자 100여명으로 구성된 비영리민간단체 '시니어서포터'는 '손잘TV'를 운영 중이다. 손잘은 '손주를 잘 키우자'는 뜻이다.

유튜브로 황혼육아 경험을 공유하는 중장년층도 늘고 있다.

손주를 키우는 이들끼리 육아 정보를 공유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취지에서다.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의 역할이 단순 양육을 넘어 교육으로 확대되면서 전문적인 지식을 토대로 교육법을 전달하는 이들도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조부모 육아 가구 250만 시대를 맞고 있다.

맞벌이 가정 아이 2명 중 1명이 조부모 슬하에서 자라는 셈이다.

덩달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손목건초염과 손목터널증후군은 기본으로 달고 살기도 한다.

심할 경우 소모되는 체력을 버티다 못해 앓아눕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조건 없는 사랑과 무한한 지지는 줄지 않는다.

격대교육(隔代敎育)이 몸에 배어있는 우리네 정서 때문이다.

예부터 조부모가 손자, 손녀를 맡아 잠자리를 함께 하면서 했다는 이같은 교육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도전의식을 강하게 해주는 것은 물론 학업성적까지 좋게 해준다고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이혼 등 부모 자식간 곡절(曲折)이 많은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어 손주 손녀를 돌보아야 하는 조손가정(祖孫家庭)인 경우 이 같은 격대교육은  더욱 빛을 발할 수 밖에 없다.

얼마 전 이러한 현실을 감안한 대법원 판결이 나와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딸의 조산과 이혼으로 7개월 때부터 8년간 손주를 키워온 조부모가 신청한 입양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기존 가족관계 질서와 아이의 행복사이에 고심한 흔적은 엿보이지만 새로운 자녀관계의 탄생이어서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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