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인 고대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얼’을 대표하는 동물이 있다. 올해 우리 곁에 다시 온 호랑이다.

함께한 세월만큼 민족의 정서와 문화도 깊이 간직하고 있다. 

신화, 예술품, 상징성 등이 다채롭게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굳이 ‘삼국사기’나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서와 고대 벽화, 민간 설화 등을 예로 들지 않아도 수없이 확인된다.

예로부터 호랑이를 그림이나 부적 등에 새겨 나쁜 기운, 액을 막는 수단으로 쓴 것도 그중 하나다.

또 새해 첫날 호랑이 그림을 그려 붙이는 세화, 단오에 쑥으로 호랑이 형상을 만드는 애호 등은 모두 호랑이의 용맹함에 기대어 액을 물리치고자 했던 조상들의 풍속이었다.

그런가 하면 호랑이의 두려움과 경외심을 불러일으켜 권위를 지키고 통치의 한 방편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호피(虎皮)가 대표적이다. 호피는 그 무늬의 아름다움 때문에도 사랑받았지만 방석으로 깔고 앉을 경우 맹수의 왕을 제압했다는 상징으로 여겨 과거 조선시대 정치인들이 즐겨 소유하고 사용했다.
 
지금까지 그 시절 고위직 문.무관, 공신들이나 사대부 초상화에서 여전히 볼 수 있다. 

그만큼 호랑이와 우리의 관계는 의미가 남다르다.

한민족의 표상으로서 호랑이는 주요 국제대회에서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1988 서울올림픽 ‘호돌이’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백호 ‘수호랑’ 마스코트가 그것이다.
 
이밖에 축구국가대표를 비롯, 국내 각종 스포츠팀들도 단골 엠블럼으로 사용 중이다.

올해는 이런 ‘호랑이 해’라는 임인년(壬寅年)이다.

그것도 예사롭지 않은 ‘검은 호랑이’라 불리며 새해에 우리를 찾아왔다.  

흑호(黑虎), 하지만 검은 호랑이가 실존하는 동물인지에 대해선 확인된 바 없다.

호랑이가 지닌 민속학적 의미는 풍부한 반면 '검은 호랑이'에 관한 민속학 자료는 찾아보기 어려워서다.

하지만 연도와 날짜, 시간을 계산하는 전통 역법(曆法)인 60갑자에 근거를 둔 말이어서 존재감은 분명하다.

육십 간지 가운데 39번째인 임인년의 임(壬)은 흑색을, 인(寅)은 호랑이를 의미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십이지 동물에 색깔을 붙이는 유행을 따른 것일 뿐 검은 호랑이는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지만, 왠지 영험함이 느껴진다.

그러면서 호랑이와 함께 올 한 해도 만사형통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아울러 호환(虎患)을 일으키는 주범임과 동시에 그보다 더 무서운 악귀(惡鬼)를 물리치는 벽사 (辟邪)의 상징 호랑이가 환란으로 막힌 기운은 뚫어주고 복은 지켜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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