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셋째동생이 회갑을 맞았다. 4남매 가운데 이제 막내만 ‘아직’ 50대다. 그도 3년 후면 만 60이 된다.

지금도 어린 시절의 기억이 또렷한데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흘렀나. 회갑 기념 제주 여행길, 제주 서귀포시 흑돼지 고기 집에서, 제주시 방어 횟집에서 술잔을 부딪치며 서로 허허 웃었다.

나이는 점점 들어가지만 기쁘다. 이렇게 모두 여행을 할 수 있어서. 언제까지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서귀포 숙소에서 바라본 한라산. (사진=김우영 필자)
서귀포 숙소에서 바라본 한라산. (사진=김우영 필자)

나이는 어쩔 수 없는가 보다. 몇 년 전 내 환갑 때 제주에 왔을 때는 올레길을 오래 걸었고, 매제(누이동생의 남편-우린 그냥 형제라고 부른다) 회갑 때는 한라산에도 갔다. 일찍 일어나 숙소를 나섰고 밤늦게야 잠을 청했다.

그런데 이번엔 정반대였다. 일찌감치 호텔로 돌아왔고 인근 식당에서 술을 곁들인 식사를 한 후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나이들이 있어서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아침을 먹은 뒤에 느긋하게 쉬다가 10시쯤이나 돼서야 호텔을 나섰다. 전날엔 오름도 가보자고 했지만 “힘든데 뭘...”하며 가벼운 산책 코스로 일정을 변경했다.

주로 맛집만 찾아 다녔다. 함덕바다에 있는 전망 좋은 햄버거집, 해녀들이 잡아온 해물을 파는 잠녀의 집, 현지사람들이 다니는 흑돼지 연탄구이집, 갈치정식집, 제주시 구석에 숨어있지만 빈자리가 없는 방어 횟집 등... 위장이 빌 틈이 없었다.

원래는 저녁 비행기로 돌아올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앞당겼다.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수원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배의 출판기념회가 마음에 걸렸다.

어느 칼럼에도 쓴 적이 있지만 선거철을 맞아 수원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배들이 참 많다. 고등학교 후배들도 있고 학교는 다르지만 각별한 친분을 맺고 있는 ‘아우’들이 저마다 출사표를 던졌다.

출마를 알리는 출판기념회도 연일 열리고 있다. 책에 나를 친형님처럼 생각한다고 쓴 ㅎ아우의 출판기념회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저자와의 만남을 위해 40분 정도 줄을 서 기다렸다. 나중에 들으니 6천명이나 몰렸다고 한다.

출마자 대부분 알고 지내는 사이지만 사정상 다는 못가고 반드시 가야하는 ‘ㅎ아우’ 등 몇 곳만 다녀왔다.

‘ㅇ아우’의 출판기념회도 반드시 가야 했다. 그러나 제주여행 일정은 이미 서너 달 전부터 예약된 것이라 취소할 수는 없었다. 동생들의 양해를 구하고 일찍 돌아왔다.

ㅇ아우의 출판기념회는 매우 단출했다. ㅎ아우가 성대한 마을잔치분위기였다면 ㅇ아우는 조촐한 가족모임이라고나 할까.

나중에 들으니 600명만 초청했고 300명 정도가 다녀갔다고 한다. ㅇ은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꼭 잡으며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ㅎ아우도 그렇지만 ㅇ아우도 나와 깊은 인연이 있다. 그러나 첫인상은 별로 좋지 않았다. 그 인상이 좋은 쪽으로 바뀌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는 청렴했고 의리가 있었다. 추진능력이 뛰어났지만 마음은 여렸다. 솔직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만날수록 정이 드는 인물’이란 어느 후배의 말에 적극 동의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초등학교 졸업 후 짜장면 배달원, 신문 배달원, 덤프트럭 운전기사, 전기기사, 도시가스 설비기사, 리비아파견 노동자 등을 거쳐 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점이다.

검정고시를 통해 중등·고등과정을 마친 후 대학에 진학해 3년 만에 조기 졸업해 학사학위를 받고 이어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4개, 남들이 하나만 받기도 버거운 박사학위를 2개나 받았으니 얼마나 놀라운 사람인가. 몇군데 대학의 외래교수를 거쳐 지금도 ㅅ대학의 객원교수로 학생들 앞에 서고 있다.

저서도 이번에 펴낸 ‘강원도 촌놈의 종횡무진’을 비롯, ‘지금은 정조를 읽어야 할 시간’ 등 8권이나 된다. ‘정조의 효치사상 구조’ 등 수원이 눈여겨봐야 할 논문도 여럿이 있다.

이번 출판기념회를 치른 뒤 수익금 전액을 불우이웃돕기에 쾌척했다. 본인도 은행 대출 받아 산 작은 집 한 칸 밖에 없는 주제에... 하지만 그게 그의 인간성이다.

앞으로 헤쳐 나갈 가시밭길이 험하다. 넘어야할 고개가 높다. 그 과정에서 마음을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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