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부터 쓰레기와 씨름하는 환경미화원들의 고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추위와 더위, 눈·비는 기본이고 쓰레기의 무게와 악취를 인내해야 하는 고된 직업이다. 이들을 괴롭히는 것이 또 있다. 자동차 매연이다. 청소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독한 디젤 배기가스를 많이 마시면 구토를 하고 현기증을 느낀다는 환경미화원들의 건강이 걱정된다.
디젤 배기가스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디젤 차량이 배출하는 배기가스 등 오염물질에 장기간 노출되어 있는 청소차의 환경미화원들은 폐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 디젤 차량 배기가스에 노출돼 폐암에 걸린 환경미화원들이 산업재해 인정을 받기도 했다.
경기도가 청소차의 배기관 방향을 바꾸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환경미화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나선 것은 다행이다. 도는 청소차 후미에 설치된 배기관 방향을 차도가 있는 왼쪽으로 바꿔 환경미화원들이 배기가스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도내 시.군에서 운행 중인 생활폐기물 밀폐형 수집·운반 청소차 가운데 배기관 방향 전환 대상은 854대라고 한다. 이 중 385대(45%)는 지난해까지 시군 자체적으로 배기관 방향 전환을 완료했다. 나머지 469대(55%) 가운데 12개 시.군의 275대(32%)에 대해 올해 비용(대당 30만원) 일부를 보조해 방향을 조정하기로 했다. 그 외 176대(21%)는 시.군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노후화된 18대(2%)는 폐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물론 앞으로는 친환경수소·전기 청소차를 배치해야 한다.
경기도보다 앞서 청소차량의 환경미화원 건강에 관심을 가진 곳은 수원시다. 시는 2020년 9월 전국 최초로 ‘청소차량 배기관 상향 전환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청소차량의 배기관은 차량 뒤쪽에 설치돼 있어 차량 후방에서 폐기물 수거 작업을 하는 환경미화원은 배출되는 매연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이 배기관을 차량 뒤편 바닥이 아닌 조수석 뒤에 수직으로 굴뚝처럼 설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배기가스가 차량 위로 배출돼 환경미화원들이 유해 배기가스에 덜 노출된다.
시범사업에 대한 환경미화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자 2021년 12월엔 올해까지 모든 청소차량의 배기관을 위로 향하는 굴뚝 형태로 설치하기로 했다. 환경부도 수원시 사업을 벤치마킹했다. 우수사례로 인정, 환경부의 ‘환경미화원 작업안전가이드라인’으로 채택하고 전국 지방정부에 도입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이를 도입하지 않은 지역이 많다. 시범 장착 효과는 검증됐으므로 환경미화원들의 건강을 위해 하루속히 전국으로 확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