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은 나의 어머니 10주기였다. 2012년 음력 2월에 가셨으니 벌써 10년이 흘렀다.

6.25 참전 용사였던 아버지와 함께 영면하고 계신 이천 국립묘지(이천 호국원)에 형제들과 가서 뵙고 왔다.

환갑 진갑 모두 넘긴 지도 몇 년이 지난 누이동생은 “엄마 한 달 후 또 올 테니 우리 간다고 서운해 하지 말아요”라고 말하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 달엔 아버지 기일이다.

수원으로 돌아온 우리 형제들은 막내 동생 아파트 근처에 자리 잡고 생맥주를 마셨다. 화제는 당연히 대통령 선거였다. 누굴 찍었느냐는 질문은 피했다. 말 안 해도 서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하는 정당과 사람이 나뉘어졌지만 우리 형제들은 잘 어울린다. 서로의 소신을 인정해 준다. 정치적인 판단이 다르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경원시하지 않는다.

그건 내 주변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국민의 힘을 열렬하게 지지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얼굴을 붉히는 일은 없다. 어쩌다 정치얘기가 나오고 자신과 반대 주장이 펼쳐져도 씩 웃고 만다. 그런 것이 우정을 상하게 할 수는 없다.

조선시대 동인-서인, 남인-북인, 노론-소론 붕당정치와 유학 이념 투쟁 중에서도 서로를 인정하고 우정을 이어간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치열한 난타전 끝에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꺾고 대한민국 국정 5년을 책임지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국민들은 윤 당선인을 밀었다. 국민의 뜻이 ‘정권 교체’에 있었다.

그러나 표 차이는 크지 않았다. 이번 선거엔 총 유권자 4419만7692명 중 3406만7853명이 참여했다. 투표율은 77.1%였다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은 최종 득표율 48.56%(1639만4815표)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47.83%, 1614만7738표)를 꺾었다. 표 차이는 겨우 24만7077표였다. 역대 대선 1위와 2위 중 가장 적은 득표수 차라고 한다.

무효표 또한 많았다. 지난 1997년 15대 대선에서 40만195표가 나왔는데 이번엔 30만7542표였다.

전문가들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의 사퇴가 투표 임박한 시점에 있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투표 관리가 부실했다는 것을 요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이번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내 주변엔 선거일 직전까지도 “찍을 사람이 없다”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이 상당수의 무효표를 만들어 냈을 것이라는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언젠가 내 술친구는 “투표용지에 ‘찍을 인물 없음’ 난도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거 괜찮은 생각이다. 투표는 국민의 소중한 권리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나의 판단이다. 그런데 그 판단기준에 맞는 인물이 없다고 투표장에 가지 않는 것보다는 ‘찍을 인물 없음’난에 당당하게 한 표 행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독자님들 생각은 어떠신가? 정치권에서는 이 말에 동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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