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옛 말이 있다.

떠난 자리의 공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떠난 사람의 흔적을 평가하는 뜻도 함축돼 있다.

해서 예부터 사람이 떠난 자리를 보면 그 사람의 품성을 안다고도 했다.

아름다운 사람은 아쉬움과 훈훈함을 남기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시원함과 분쟁을 남긴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때문에 어디에 들고 나는지 부끄러운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진리도 변하지 않고 우리에세 전해진다.

하지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들고 날 때 아름답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서다.

개중에는 정치인과 기업인도 포함된다.

사회적 입장에서 볼 때 공인인 그들이 모범적 행동을 보이지 않고 떠날 때마저 양심없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떼문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과욕이 원인이라 말하기도 한다.

비록 외국의 경우지만, 지난해 임기를 마치고 떠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난자리’를 보면 더욱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6년동안 비리는 고사하고 위반 한 건 없었다.

거기에 오만과 불손은 찾아볼 수 없고, 임기내내 정쟁의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개인적 욕심은 물론 처신에 관한 찌꺼기까지 떠난 자리엔 없었다. 

그야말로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후일담 하나 없는 완벽 그 자체였다.

퇴임식날 그녀의 이런 총리시절 처신에 대해 흠집 낼 요량으로 기자가 엉뚱한 질문을 했다고 한다.

“왜 당신은 같은 옷만 입었습니까?”

그러자 그녀는 “나는 모델이 아니라 공무원이었습니다”라고 답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퇴임식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메르켈 총리의 처신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인 것은 물론이다.

여자로서 복장에 관한 그녀의 처신은 임기내내 많은 화제를 낳았다. 

 2017년 여름, 5년째 같은 옷을 입고 휴가를 보내는 메르켈 총리의 모습이 공개된 게 대표적이다.

공개된 사진에서 메르켈 총리가 2013년부터 5년째 똑같은 등산복을 입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메르켈 총리는 상아색 모자를 쓰고 빨간색 체크 셔츠에 베이지색 면바지를 입었다. 

옷차림 뿐 아니라 휴가지도 9년 연속 같은 지역의 같은 호텔이라고 해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3년전에도 비슷한 기사가 외신에 소개된 적이 있다.

2014년 독일의 한 언론사가 사진 3장을 나란히 게재하고 ‘18년째 같은 옷’ 이라는 제목을 달았던 기사였다.

1996년 환경장관, 2002년 기독민주당 대표, 2014년 총리를 지내면서 공식석상에서 입은 옷이 똑같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메르켈 총리가 입고 있는 옷이 진정한 명품"이라고 했다는 누리꾼들의 촌평들도 소개했다.

여자이면서 옷조차 욕심없었다는 사실이 ‘난 자리’에서 확인된 메르켈 총리다.

총리에 선출되기 전 살았던 아파트를 총리 관저로 사용했고 퇴임 후에도 그곳에 머물겠다며 퇴임식을 마친 날, 독일 국민들은 그녀를 위해 6분동안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모두가 마음에서 우러나 자발적으로 한 행동들이었다. 

정직했으며 진실됐고, 꾸밈이 없었으며 ‘난 자리’에 아름다움을 남긴 그녀를 위한 존경심에서 우러난 박수였다.   
 
항간(巷間) 시중에서 회자되고 있는 ‘날 자리’에 대한 이야기들을 접하며 많은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는 아름다운 뒷 모습을 남기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가 질 자리에서 지지 않기 때문에 남기고 간 자리엔 추접함이 넘친다”는 선현들의 지적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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