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만 하던 스마트폰에/새로 생긴 노란 친구//글자 하나 쓸 줄 몰라/그림문자만 보냈었네/어렵기만 한 카카오톡//배움학교 공부 덕택에/한 글자 한 글자 느는 카카오톡/방과 후 숙제 노트보다 더 열심//딸과는 인생의 낙/친구들과는 친목도모//“이따 전화 해” 아닌/“이따 카톡 하자"고’

수원제일평생학교에 다니는 김주손이라는 늦깎이 학생의 시 '카톡 카톡'이다. 2019년 9월 열린 경기도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시상식에서 최우수상(경기도교욱감상)을 받은 작품이다. 글 내용으로 보아 아마도 나이 지긋한 여성일 것이다. 글을 몰랐을 때의 답답함과 글을 깨우쳐 개안이 된 후 신세계를 접한 기쁨이 잘 드러나 있다.

일제 강점기인 1930년의 ‘조선국세조사보고’에 따르면 전 인구의 약 77.7%가 문맹이었다고 한다. 이는 1945년 해방 직후까지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건국준비위원회는 ‘일반 대중의 문맹 퇴치’를 중요 과제로 선정했다. 문맹 퇴치 운동은 계속됐고 1970년에는 7%로 급감했다. 현재는 0.2% 대라고 한다. 사실상 문맹 제로에 가깝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1000명 중에 2명, 1만 명 중에 20명, 10만 명 중에 200명, 100만 명 중에 2000명은 한글을 모르는 상태다. 즉 수원시민 가운데 2000명 넘는 사람이 문맹 상태인 것이다. 한글을 전혀 모르는 문맹 외에, 한글로 된 간단한 문장을 읽고 쓸 줄 모르는 반문해(半文解)도 문맹의 범주에 포함된다.

이에 수원시가 배움의 기회를 놓친 학습소외계층 성인을 대상으로 문해교육을 지원하는 ‘2022년 성인문해교육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선정된 기관·단체는 ▲수원제일평생학교 ▲우만종합사회복지관 ▲수원체육문화센터 ▲버드내노인복지관 ▲서호노인복지관 ▲SK청솔노인복지관 ▲팔달노인복지관 ▲광교노인복지관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 ▲수원YWCA ▲영통종합사회복지관 등 11개소라고 한다.

한글 초급·중급 과정 뿐 아니라 기초 영어, 수 개념 등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시는 문해 교육을 통해 개인 역량을 강화하고, 사회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바라고 있다.

박영도 수원제일평생학교 교장은 지난 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인문해교육은 단순히 글을 읽고 쓰게 한다는 의미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크게는 인간성의 회복과 상처 치유까지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성인문해교육”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가의 지원은 약하다. 수원시의 2022년 성인문해교육지원사업처럼 운영비의 일부만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사업에 응모해 충당하고 나머지는 졸업생과 교장, 뜻있는 이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한단다.

성인문해교육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확대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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