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그리웠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떠들썩하게, 왁자하게 웃고, 음식도 나누고 안부도 나누는 그 축제가 보고 싶었다.

코로나19 이후 일상이 달라졌다. 가장 큰 것은 거리두기였다. 인간(人間)이라는 말을 그대로 풀이하면 사람과 사람, 즉 만남이다. 사전적 정의는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 또는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사람이 사는 이 세상에서 사람 간의 접촉이 제한되는 삶을 살아오고 있으니 참 가혹한 일이다. 특히 나처럼 사람 만나고 세상 만나는 일을 기꺼워하는 사람들에겐 더욱 그렇다.

희소식이 들렸다.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가 많이 완화된 데 이어 머지않아 모두 해제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미 야구장과 축구장 등에서의 인원제한은 풀렸다. 그렇다면 올해 ‘수원문화재 야행’과 ‘수원화성문화제’, 어쩌면 ‘수원연극축제’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은퇴 후 일주일에 반드시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아내와 외식을 하겠다는 약속은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가끔씩은 아들이나 딸, 사위도 함께 하는 가족외식이다.

지난 일요일도 아내와의 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올랐다. 행선지는 수원FC와 성남FC가 맞붙는 수원종합운동장이었다. 그런데 버스에서 수원KT위즈 유니폼을 입은 젊은이를 보자 생각이 바뀌었다.

‘그렇지. 작년에 수원KT위즈가 통합우승을 했고 올해는 박병호도 수원으로 왔으니 야구를 보러가야겠다’

오랜만이야, 수원KT위즈파크! (사진=김우영 필자)
오랜만이야, 수원KT위즈파크! (사진=김우영 필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입장권을 사서 외야 관중석으로 들어갔다. 외야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다. 입장권 가격이 내야보다 싸다는 것은 세 번째나 네 번째 이유 쯤 된다.

가장 좋은 점은 이동이 자유롭고 화장실과 맥주·안주 파는 곳이 지척에 있다는 것이다. 삼삼오오 앉아 맥주를 마시고 소리 높여 응원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운이 좋으면 홈런볼도 얻을 수 있다. 또 돗자리 하나 펼쳐놓으면 안방이나 다름없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허리가 아프면 누울 수도 있다) 그래서 어린 아기들이 있는 젊은 부모들도 이곳을 좋아한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내야 응원석에 앉으면 응원단장·치어리더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이 율동과 노래를 따라할 자신이 없다. 이것도 나이라고. 쯧.

그러나 외야에서 부러워하면서 지켜보는 맛도 있다.

수원KT위즈 박병호 선수가 홈런을 치자 열광하는 수원팬들. (사진=김우영 필자)
수원KT위즈 박병호 선수가 홈런을 치자 열광하는 수원팬들. (사진=김우영 필자)

경기가 시작되면서 양팀의 응원전이 열기를 더해가고 내 가슴도 뜨거워졌다. 8회 말까지 박병호의 홈런 등으로 우리 수원KT위즈가 삼성라이온즈를 3-0으로 이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9회 초 상황이 급변했다. 명문 팀 삼성의 추격은 놀라웠다. 순식간에 6점을 내며 경기를 3-6으로 뒤집었다.

하지만 수원KT도 맥없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9회말 2점을 얻어 5-6까지 따라 잡았다. 그러나 라모스, 장성호가 누상에 주자를 두 명이나 두고도 맥없이 물러남으로써 삼성의 승리로 끝났다. 삼성의 응원단은 환호했고 수원KT응원단은 “질수도 있지. 오늘만 날이냐. 잘했다”며 박수로 선수들을 따듯하게 격려했다.

솔직히 수원KT위즈가 패배해 서운했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경기 내내 축제의 분위기였다. 이게 도대체 얼마만인가. 나는 축구경기장에도 자주 다녔다. 수원삼성블루윙즈 응원단의 열정적인 함성과 응원가를 들으면 가슴이 벅차올랐다. 수원FC 선수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상대팀 문전에 쇄도할 때는 함께 소리를 질렀다.

올해는 자주 경기장에 갈 생각이다. 내 주변에는 축구와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야구파와 축구파로 갈리지만 나는 둘 다 좋아하므로 문제가 없다. 그저 불러만 주시라.

아, 그럴게 아니라 내가 번개를 쳐야겠다. 새끼손가락 내밀어본다. ‘경기장에 갈사람 여기 붙어라~’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누굴 지지했는지는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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