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와 ‘당선인’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국어사전에는 두 단어 모두를 유의어로 같이 쓸 수 있다고는 돼 있다.

하지만 우리말에서 일시적인 상태나 일시적인 역할을 하게 된 사람을 뜻할 때는 접미사로 ‘-자’를 쓰되 ‘-인’을 쓰지 않는 원칙이 있기 때문에 '당선자'라는 표현이 어법상 맞다.

다음의 예를 보면 왜 ‘자’를 써야 하는지 더욱 잘 알 수 있다.

‘승리자’, ‘패배자’, ‘참석자’, ‘합격자’, ‘피해자’, ‘가해자’, ‘수상자’, ‘후보자’, ’자원봉사자’, ‘생산자’, ‘소비자’, ‘도망자’ 등.

이들 명사의 ‘-자’를 ‘-인’으로 교체하면 ‘승리인’, ‘패배인’, ‘참석인’, ‘합격인’, ‘피해인’, ’가해인‘, ‘수상인’, ‘후보인’, ’자원봉사인’, ‘생산인’, ‘소비인’, ‘도망인’ 이 되는데 많이 어색하다.

그런데도 대통령 선거 등 각종 선거가 끝나면 시중엔 ‘당선인’과 ‘당선자’가 동시에 등장한다.

이번 8대 지방선거에 당선된 사람들이 당선사례 현수막을 여기저기 내걸었다.

그런데 누구는 ‘당선인’이고 누구는 ‘당선자’로 쓰면서 일반인들의 헷갈림이 크다.

언론도 경우 따라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

같은 신문인데도 어느 문장에서는 당선인이고, 기사 말미엔  당선자로 표기한다.

하지만 우리의 귀에는 당선인이 익숙하게 들린다.

‘당선자’란 단어속 ‘자(者’)가 ‘놈 자’를 뜻한다 해서 우리말의 쓰임새에는 그 격을 낮추거나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경우 헌법에 ‘대통령 당선자’라 분명히 나온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법에는 ‘대통령 당선인’이라면서 따로 뜻풀이까지 해놓고 있다.

따라서 선관위에서 주는 당선증에도 다 ‘당선인’이라 적혀 있다.

이래서 각종 선거가 끝난후 ‘당선자. 당선인’을 놓고 가끔 논쟁도 일어난다.

지금은 성향과 무관하게 ‘당선인’이 대세지만.

‘당선인’이란 단어가 갑자기 등장한 것은 2007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다.

인수위원회가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당선인’으로 돼 있다며 이렇게 부르도록 해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요청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헌법 62조 2항에 ‘당선자’로 되어 있으므로 종전처럼 ‘당선자’라는 용어를 쓰도록 판단을 내렸다.

상위법인 헌법에 ‘당선자’로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당선자’를 ‘당선인’으로 바꾸려면 헌법부터 고쳐야 법률체계가 맞는다는 애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대통력직 인수위원회가 ‘당선인’을 계속 쓴 것을 두고 일부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당선자에게 용어상 아첨하고, 다분히 권위적인 발상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분에게 ‘놈’이라는 뜻을 가진 ‘자’를 쓸 수 있느냐는 인식에서 그랬다고 하지만 찬찬히 따져보면 이런 헤프닝도 없을 듯 싶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다.

그렇다고 존중의 의미로 ‘유권자(有權者)’를 ‘유권인(有權人)’으로 쓸 수야 없지 않은가.

‘유권자(者)’가 ‘당선인(人)’을 뽑았다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나 다름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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