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 동 뎅 동' 실로폰 소리 후 어김없이 들려오는 '전국~ 노래자랑'. 이어지는 "여러분~ 안녕하세요~"의 주인공 송 해(宋海).

이제 그의 모습과 목소리를 영원히 마주할 수 없게 됐다.

국민의 절대적 사랑을 받아온 그가 어제(8일) 95세 일기로 별세했기 때문이다.

고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수 없이 많다.

 '국민 MC' '일요일의 남자' '최고령 음악프로그램 진행자' '젊은 오빠' 등등.

사실 고인은 우리나라 방송 연예계 역사의 산증인이나 다름 없다. 

현역  MC중 최고령이기도 했지만, 데뷰 67년차 장르를 넘나든 살아있는 전설의 연예인이어서다.

고인의 삶 자체를 한국 근대사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다.

1927년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은 후 이어진 우리 현대사를 온몸으로 경험해서다.

광복, 고향 황해도 해주에서의 부산 피난, 군복무, 휴전, 종전 이후 55년 창군악극단 생활, 가수 코메디언, MC.

이렇듯 고인은 우리나라 격변의 세월 속에 열거하기조차 힘든 삶의 궤적을 그려왔다.

지난 5월 23일 TV 음악 프로그램 최고령 진행자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고인의 활동중 최고는 단연 '전국 노래자랑'이다.

1988년부터 34년간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며 ‘국민 MC’ 호칭을 얻었다. 

2003년 8월엔 ‘전국노래자랑’ 광복절 특집으로 평양 모란봉공원 야외무대에서 사회를 보기도 했다

고인의 인기는 각종 CF에서 빛을 발휘, 대박의 아이콘으로 통하기도 했다. 가수로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고인이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은 진짜 이유는 정작 따로 있었다.

유명인이면서도 검소함과 친화력, 남을 생각하는 배려심과 인간미 등 넘친 삶이 그것이다.

고인은 소위 삼무(三無), 즉 '자동차' '휴대전화' '신용카드'없는 검소한 생활로 유명했다.

'BMW 애호가'라는 말도 고인 때문에 생겼다. 

자동차 브랜드 BMW가 아니고, 일상의 이동수단을 버스(Bus), 메트로(Metro·지하철), 워킹(Walking·걷기)으로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인은 연예인의 연예인이라 불릴 정도로 동료 선후배들에게도 각별했다.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원로연예인상록회'를 열고 희극인은 물론이고 영화감독, 작가, 국악인을 막론하고 65세 이상의 예술인에게 사랑방 터줏대감 역할을 했다.

국밥을 즐겨하고 목욕탕 환담을 취미라 이야기했던 고인은 연예계가 다 아는 주당(酒黨)이지만 누구와 자리를 하던  예와 법을 지켰다.

그런데도 자리는 항상 웃음으로 넘쳤고 화기애애 했다.  

건강도 타고 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매일 3병의 소주를 마실 정도로 애주가였으나 새벽 4시 목욕탕 '새물 목욕'은 거르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대신 평소 담배는 피지 않았다.

1986년 교통사고로 아들을, 2018년 아내를 가슴에 묻은 고인은 이제 앞서간 가족의 곁으로 영원히 떠났다. 

두 딸을 유족으로 남기고 "여러분 고맙습니다'라며.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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