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 폭염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미 한낮 더위가 영상 30도를 넘어서기 시작했으니 이 불볕더위를 어찌 견딜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한겨울 추위를 견디며 밖에서 일하는 팔달문 시장 노점상 할머니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난 여름보단 차라리 겨울이 낫다. 여름 무더위를 견디는 것이 더 힘들다.

무더위는 지난 5월부터 찾아왔다.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 가열화로 전 세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으며 점점 더 심화될 것이라고 한다. 이미 인도와 파키스탄은 50도에 이르는 불볕더위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상청도 우리나라 7~8월 기온이 평년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오기 전 여름철이면 ㄱ박사 딸이 운영하는 커피집이나 ㅎ관장 아내의 카페에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가서 글 쓰는 작업을 하곤 했다. 혼자 쓰는 작업실에서 에어컨을 틀기 미안해서다. 밤엔 팬티만 입고 선풍기를 틀어 놓은 채 버텼다.

그런데 사실 이 정도 더위는 버틸 만 했다. 지독한 폭염을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여름, 벼르고 별렀던 실크로드 여행을 했다. 우르무치와 돈황, 유원, 선선, 하밀, 투르판 지역 등을 여행했다.

지독한 더위를 투르판에서 만났다.

투르판엔 화염산이 있다. 그곳에서 ‘화염더위’가 어떤 것인지를 체험했다. 중국 고대소설 ‘서유기’에서 손오공과 현장법사가 뜨겁게 불타는 산을 만나자 파초선을 빌려 불을 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실제로 이 산의 모양은 불타는 형상을 하고 있는데다가 색깔마저 붉었다.

오죽하면 화염산이라고 했을까.

투르판 고창고성 유적지와 화염산. (사진=김우영 필자)
투르판 고창고성 유적지와 화염산. (사진=김우영 필자)

‘더워서 죽겠다’는 말이 실감됐다. 당시 이곳의 기온은 50℃를 훨씬 상회했다. 지열은 70℃가 넘는다고 했다. 실제로 흙속에 계란을 묻어 익힌 뒤 판매하는 상인도 있었다.

이 상상을 뛰어넘는 폭염에 일행은 차에서 내리지도 못했다. 나 혼자만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오겠는가’라며 비장한 결심으로 ‘화염지옥’의 고통을 견디며 화염산을 마주했고 그 앞의 천불동까지 보고 왔다.

‘다시 가겠는가?’라고 묻는다면 ‘갈 수 있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아무튼 이 무더위에 가장 민감한 층은 노인들이다.(허허, 만 65세가 넘었으니 나도 거기 속하는 연령이 됐구나.)

그래서인가 수원시가 추진한다는 ‘폭염 종합대책’에 관심이 간다. 수원시의 폭염대책은 역시 노인들과 거동 불편자들에게 집중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시로 안전 확인이 필요한 홀몸노인을 대상으로 응급 안전서비스를 제공하고, 고독사 위험가구와 같이 안전 확인이 필요한 취약계층 주민은 안심서비스 앱을 활용해 안전을 확인하는 등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다.

시는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재난도우미가 홀몸노인, 거동 불편자 등 취약계층에 안부 전화를 하고,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즉시 방문하는 등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시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그늘막·그늘목을 확충하고, 도로에 물을 뿌려 도시열섬현상을 완화한다. 그린커튼, 수경시설, 무더위쉼터 등 폭염저감시설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또 취약계층 시민이 안전하고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에어컨과 냉방비도 지원해준다고 한다. 지난 5월 (재)서울의과학연구소가 기부한 성금과 수원시 기부 예치금을 사용한다. 누워서 병을 치료하는 환자가 있는 취약계층엔 에어컨을, 중위소득 120% 이하이면서 폭염 피해가 우려되는 400가구에는 냉방비를 지원해준다.

고마운 일이다. 특히 돌봐주는 사람 없이 혼자 살아가는 노인들을 살펴주는 행정의 마음씀씀이가 반갑다.

올 여름 모두 탈 없이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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