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수원시청 중회의실서 ‘우크라이나 고려인 피난민 토크 콘서트- 전쟁과 피난’이 열렸다.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개최한 이날 토크콘서트는 ‘끝나지 않은 유랑-우크라이나 고려인의 전쟁과 피난’을 주제로 한 것이었다. 채예진 대한고려인협회 부회장의 강연에 이어 전쟁의 포화를 피해 지난 5월 4일 가족과 함께 한국에 도착한 박마리나 씨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렸다.

1937년 구 소련에 의해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한 한인들은 우즈베키스탄에 17만 6000명, 러시아에 16만 8000여 명 등 구소련 국가에 49만여 명이 살고 있다. 우크라이나에는 고려인 1만 35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고려인(高麗人)이라고 불린다.

수난의 시기를 보내야 했지만 성공한 이들도 있다. 김병화 선생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선생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인근에 있는 황무지로 강제 이주 당했지만 이주 초기 박해와 혹독한 자연 환경을 극복하며 농사를 지어 정착, ‘새로운 조국’을 만들었다. 구 소련 정부로부터 ‘노동영웅’ 칭호를 두 차례나 받았다. 작지만 “이 땅에서 나는 새로운 조국을 찾았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김병화 박물관'도 세워졌다. 박물관에는 당시의 사진과 의복, 신문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

강제이주 고려인들은 척박한 땅을 일구며 정착했다. 박 마리나씨 가족들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 뿌리를 내렸지만 2014년 돈바스 내전이 시작되자 수도 키이우로 이사했다. 그러나 지난 2월24일 남편의 생일날 또 다시 전쟁이 벌어져 폴란드로 피난했다가 이모와 사촌 언니가 사는 한국으로 온 것이다.

박마리나씨는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는 동포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동포들이 한국으로 피난 올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채예진 부회장도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들이 주변 국가로 피난을 떠나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으로 피난 오는 동포도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위로와 함께 물질적인 도움도 필요하다. 피난을 왔거나 현지에 남아 있는 고려인 동포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날 수원시민들이 모금한 약간의 기금을 전달했지만 이들을 돕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과 생필품은 더 크게 모자란다.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시길 당부 드린다. 우리 민족에게는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따듯한 DNA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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