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사람을 보좌하는 사람’. 비서(秘書)를 일컫는 말이다.

명칭은 '비장(秘藏)의 서적(書籍)'이란 뜻에서 유래됐다고 알려지고 있다.

출현 배경은 유럽이다. 과거 군주시대 지방부호의 서기로 일하면서 이웃 문맹자들의 편지도 대신 써주는 지방지식층이 비서의 원조(元祖)이기 때문이다.

비서(secretary)란 명칭이 처음 등장한 것은 15세기의 영국에서 ‘왕의 문서를 처리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부르면서부터다.

당시 왕의 일을 맡아보는 비서는 국가비서(secretary of states)라 높여 불렸다.

현재 미국의 국무장관을 국가비서라 부른는 것과 무관치 않다.

이후 정부나 고위공직자 개인보좌원도 비서라 부르면서 직업군으로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의 비서감(秘書監), 고려 때의 승선(承宣), 조선 때의 승지(承旨) 같은 직책이 비서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현 정부 내에 차관보·기획관리실·담당관·보좌관 등 전문성을 띤 직급의 원조다.

근대에 와서 공직사회에서의 비서는 역할의 범위와 중요성이 커졌으며 단순한 사무가 아니라 조직의 업무 방침에 따른 사후관리, 중요기밀문서 취급 등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면서 관련 자료를 수집하여 상사를 보좌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분야도 대통령비서부터 개인비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흔히 이런 비서들을 대표하는 직급이 비서실장이라는 직책이다.

그리고 선출직을 비롯, 임명직 고위 공무원의 경우 비서실장을 두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으며 직급도 정해져 있다.

장관급인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 차관급인 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무총리 비서실장, 그리고 1급인 헌법재판소장 비서실장 등등.

주요 행정부처 장관과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2급을, 경기도 등 광역지방자치단체장 비서실장은 4급을 둘수 있도록 하고 있다.

100만 이상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은 5급,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은 6급 비서실장을 둘 수 있다.

하지만 직급은 외형상일 뿐이다.

특히 선출직, 즉 대통령이나 단체장의 비서실장은 2인자나 다름없이 인식되고 있어서다.

비서실장은 '조직의 장 대리인'이라 불릴 만큼  매우 막중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 단체장과 한몸처럼 움직이며 공적 사적인 모든 일을 공유하며 단체장 권력 행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참모중 최측근 참모로 통한다.

그러다보니 권한과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각종 민원과 청탁도 집중되고 동시에 이권개입이나 직권 남용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 부작용도 낳는다.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보다 단체장 의중을 잘 파악하는 복심(腹心)형 최측근을 앉힌 결과의 산물이다.

 7월1일 민선 제8기 출범을 앞두고 요즘 자치단체마다 ‘비서실장이 누가 될것인가’에 관심이 뜨겁다.

이런 가운데 엊그제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이  자신의 복심이 아닌 “일반직 공무원 중에서 공모를 통해 비서실장을 선발, 도정에 최적화된 적임자를 뽑아 비서실을 구성하겠다"는 복안을 발표했다.

과거의 비서실장 임명  패러다임을 과감히 바꾸겠다는 김 당선인의 선언, 평소 자신이 표방했던 '유쾌한 반란'을 보는 것 같아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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