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왜 학교에 가는 걸까?

①딱히 갈 데가 없어서 ②꼬박꼬박 가라고 부모가 닦달을 해서 ③교장과 담임이 기다려서 ④교육은 4대 의무 중 하나라는 건 다 아는 사실 아닌가? ⑤졸업장이 있어야 뭘 할 수가 있으니까 ⑥점심을 제공하니까 ⑦친구들을 만나러 ⑧자꾸 가면 무슨 수가 날 수도 있으니까 ⑨장차 꿈을 이루어 부모 은혜에 보답하려고 ⑩좋은 대학에 진학하려고…

답이 있을까?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 극성을 부리던 코로나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고 전면등교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새삼스럽게 ‘꼭 학교에 가야 하나?’ 누군가 갖고 있지 싶은 그 의문, 사실은 우리가 진지하게 대답해야 마땅한 그 물음의 진정성을 부각시켜보려고 객쩍은 답들을 열거해보았다.

지금 의문을 갖고 있는 그 학생이 바라는 혹은 스스로 제시할 만한 답은 여기에는 없을 것 같다. 학교행정은 구태의연하게 하면서 말로써 한몫 보고 싶은 학교들이 더 크게 써 붙이던 그 구호 “가고 싶은 학교” “오고 싶은 학교”가 정답일 것 같기 때문이다.

교장은 왜 전면등교 조치를 했나?

①상부의 지시에 따라? ②‘학교교육법’에 따라? ③결국 코로나는 종식되므로? ④급식, 돌봄 등을 집행하려고? ⑤부모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해주려고? ⑥기초학력을 길러주려고?…

이번에도 마땅하지 못한 답들을 예시해보았지만, 여기에는 학교도 분명한 답을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좋든 싫든 의례적·획일적인 강령같은 답으로는 학생들을 두루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 만족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앞날을 훤히 내다보는 미래학자나, 교육으로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궁극의 답을 찾아 생애를 다 바친 교육학자의 답을 가져오면 바람직하겠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제 코로나가 물러가고 있으니까 곧 마스크만 벗으면 2019년까지의 그날들, 알고 보니까 진정 행복했던 그런 날들로 돌아갈 수 있고 그러면 다 그만일까? 진도표대로 차근차근 교과서 내용을 잘 설명하고 핵심이 되는 걸 암기하게 하고 누가 더 많이 잘 암기하고 있는지 확인해서 줄을 세우고 그러면 만족해도 될까? 학생들도 지금 그 상황을 그리워할까? 3년째 마스크를 쓰는 저 학생들이 좋다고 해줄까?

코로나 시대의 원격교육을 불신하는 경향 때문에 사교육비가 늘어났다고도 한다. 수업에 대한 집중·이해에 어려움이 있었고, 수업의 질에 대한 의구심이 불안과 우려로 이어져 사교육에 더욱 의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설명은 일단 전면등교의 당위성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런 설명은 또 있다. 중2와 고2 국어·수학·영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1 국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코로나로 인한 학력 저하 현상이 2019년은 말할 것도 없고 2020년보다 더욱 심하고 특히 ‘중위권 붕괴’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한다.

그럼 어떤 상황에서도 열중하고 늘 상위권인 학생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평가결과보고서를 보면 사실은 중2 성적은 전년도보다 소폭 감소했고 고2 수학은 전년도보다 오히려 소폭 상승해서 이 수치는 유의미한 변화가 아니라고 했다. 평가문항 출제가 잘못 되었을까? 아니면 가령 고2 수학은 비대면 원격수업이 더 유리하다는 걸 보여주는 건 아닌가? 하기야 평가대상 학생들의 75% 이상이 원격수업도 긍정적이라고 했단다. 전면등교가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가 아닐까?

보고서에는 약 20가지 대응전략이 제시되었다. 그런데도 언론이나 관련 기관·단체들은 일제히 연차적 평가대상 확대에만 주목했다. 대응전략이 전체적으로 ‘먹혀들지 않는’ 이유는, 교육을 보는 우리의 사고가 획일적이라는 걸 보여주는 건 아닐까? 전면등교, 전면실시… 학생들의 생각과 유리된 채 수립되는 전략, 학생들의 관심 밖으로 흐르는 전체적·획일적 사고방식…

교육부가 할일, 교육청이 할일, 학교가 할일, 학생이 할일, 함께 할일이 분명히 제시되어야 한다. 보다 적극적이고 실제적인 방안이 있다. 이제 학생 개개인의 개별 목표를 제공해야 하고 그 목표에 따라 평가함으로써 학생들이 전면에 등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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