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9~30일 이틀 동안 수원에 많은 비가 왔다. 무려 330.2㎜나 됐다. 수원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6월 28일까지 수원에 내린 비를 모두 합치면 280.3㎜라고 한다. 그런데 이틀 만에 이렇게 많은 비가 내렸다는 것이다.

‘내렸다’는 표현은 부족하다. 양동이로 쏟아 붓는 듯 했다. 하필이면 30일 저녁 6시 모임이 있어 종로에서 팔달문까지 걸어가는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퍼부었다.

장우산을 쓰고 나갔는데도 길에 나서자마자 신발이며 바지가 흠뻑 젖었다. 도로는 강을 연상케 할 정도로 물이 넘쳐났다.

7시 30분에 다른 약속이 잡혀 있어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백수나 다름없는 주제에 뭐가 그리 바쁘냐고 핀잔을 주는 주변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뭘 모르는 소리다. 나잇살 먹었답시고 부름에 응하지 않으면 다음부터는 아예 부르지도 않는다.

약속시간이 조금 남은 데다 비도 그친 터여서 수원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 세상에 재미있는 구경 가운데 하나가 물구경이라더니 정말 장관이었다. 본 적은 없지만 전설 속의 거대한 황룡이 움직인다면 아마도 이럴 것이다. ‘콰콰콰’ 소리를 내며 흐르는 물길은 웅장했다. 남수문과 화홍문에 서서 내려다 볼 때는 물살에 빨려드는 듯한 두려움마저도 느꼈다.

폭우로 큰 물이 진 수원천. (사진=김우영 필자)
폭우로 큰 물이 진 수원천. (사진=김우영 필자)

지금이야 하천 정비사업이 잘 이뤄져서 그런 일이 없지만 옛날 수원천에서 큰 홍수가 나면 주민들의 피해가 컸다. 물이 넘쳐 집에서 기르던 돼지와 무너진 집 지붕과 가재도구도 떠 내려와 이를 건지려 물에 뛰어들다가 화를 당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이 수원토박이들의 증언이다.

물이 조금 줄어들면 하류에 있던 커다란 잉어나 붕어, 자라도 올라와 이를 잡으려는 사람들도 많았다.

주민들 가옥 뿐 아니라 북수문인 화홍문과 남수문도 파괴됐다.

자료에 의하면 1846년 대홍수 때 북수문(화홍문)과 남수문이 모두 파손됐으나 2년 후 원형이 복구됐다.

‘수원부 유영계등록(水原府 留營啓騰錄)’ 제1책 (헌종 12년,1846) 6월15일 기록에 ‘이번 비로 양대 수문(화홍문과 남수문)과 문루가 무너지고 매향석교 역시 파손됐다’라고 기록돼 있으며 같은 책 1848년 6월10일 기록에 개축했다는 기사가 나와 있다.

그리고 1922년 집중홍수 때도 화홍문과 남수문은 매향교와 함께 또 다시 유실되고 말았다. 동아일보 1922년 7월 기사에는 ‘수원지방의 집중 호우로 화홍문(7간수), 매향교, 남수문(9간수) 유실’이라는 내용이 있다. 같은 신문 같은 해 8월 27일자에는 ‘조선 유일의 명승고적으로 백유여년(百有余年-백년 넘게) 전유(傳遺-전해오며 남겨진)된 화홍문의 파괴와 면(面) 당국의 책임’이라는 기사도 보인다.

북수문은 1931년 수원읍 의원 차재윤 등 유지가 조직한 ‘수원명소보존회’의 성금 모금운동으로 복구됐다. 당시 거금인 3000여원을 거둬 이왕직사무국의 승인 하에 1931년 가을부터 공사에 착수, 1932년 5월초에 복구됐다.

동아일보 1932년 5월 9일자에는 ‘조선의 대표적 건설인 방화수류정 중건, 구한국시대 지화(紙貨)에 실렸던 것 10년 만에 면목 일신’라는 기사가 실렸다. 다른 글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이 기사의 ‘방화수류정’은 ‘화홍문’의 오기다. 방화수류정은 수해를 입지 않았고 대한제국시대 지폐에 실린 것은 방화수류정이 아니라 화홍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원천의 물 구경을 하던 중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수원시가 민간업체와 직접 논의해서 도입한 공유자전거 타조였다. 타조는 GPS를 활용해 거치대 없이 빌리고 반납할 수 있으며, 20분 기준 500원으로 이용 가격도 저렴해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민간업체가 자전거 운영과 시내 배치, 민원 등을 도맡고, 수원시는 업체 관리·감독과 지원을 한다.

폭우로 큰 물이 진 수원천. (사진=김우영 필자)
화홍문 아래 물에 잠겨 있는 자전거들. (사진=김우영 필자)
남수문 위 출입로 난간에 위태롭게 걸린 공영자전거. (사진=김우영 필자)
남수문 위 출입로 난간에 위태롭게 걸린 공영자전거. (사진=김우영 필자)

이번 폭우로 늘어난 거친 물살에 잠겨 떠내려가기 직전의 자전거를 보며 들었던 생각은 저 자전거들이 남수문을 막아 버리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화홍문과 매향정보고등학교 다리 중간 하천산책로엔 대여섯 대가 함께 세워져 있었는데 내 눈엔 흡사 떠내려가기 싫다는 듯 서로 끌어안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남수문 안쪽 출입로 난간엔 곧 떨어져 물살에 쓸려갈 듯 간신히 매달려 있는 자전거도 보였다.

예전에 수원천 산책을 할 때마다 하천 산책로에 세워진 공유자전거를 보며 큰물이 지면 어쩌려고 여기다 세워 놓았나 하며 혀를 찼다. 그런데 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시민의식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는가. 속상했다. 자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우리 모두의 것이다.

수원시와 업체에서도 이용자 주의 사항을 단단히 숙지시켜야 하겠지만 시민들도 역사와 전통이 있는 1등 도시 수원특례시민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문화시민의식을 더욱 높여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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