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4세기경이다. 그리고 귀했던 만큼 나라에서 관리했다.

고려시대엔 우유 출납을 전담하는 유우소(乳牛所)가 있었다. 조선시대엔 타락색(駝酪色)이라는 관청이 이를 대신했다.

서울 동대문 근처에 있던 낙산(酪山)목장이 그곳이다. ‘타락(駝酪)’은 우유의 우리 옛말이다. 돌궐어(突厥語)의 ‘토라크’에서 나온 말이다. 말린 우유라는 뜻이다.

먹는 사람들도 왕이나 귀족 등 특수계층에 한했다. 따라서 일반 백성들은 먹지 못했다.

대중화 됐긴 했지만 우유가 귀했던 건 5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마찬가지였다. 1960년대 초 낙농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생산 우유가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 그 자체다. 우유를 비롯, 유제품이 넘쳐나는 게 요즘이니 말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마시는 우유’ 소비량은 계속 감소중이다. 출생률 저하가 한 원인이다. 2001년 1인당 36.5㎏에서 작년 32.0㎏로 줄었다.

덩달아 국내산 원유 생산량도 감소했다. 낙농포기 농가의 증가로 20년 새 234만t에서 203만t으로 줄었다.

반면 치즈 등 유가공품을 포함한 전체 유제품 소비는 같은 기간 63.9㎏에서 86.1㎏으로 약 35% 증가했다. 서구식 식생활 습관이 보편화된 덕분이다.

국내 생산량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유제품 원료는 현재 수입 외국산 원유로 충당되고 있다. 연간 국내 생산량보다 많은 251만t가량이다.

이같은 국·내외 우윳값은 차이가 많이 난다. 국내 원윳값은 2020년 기준 리터당 1083원이다. 이에 반해 미국산은 491원, 유럽산은 470원으로 두배이상 높다.

정부가 낙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2013년 도입한 생산비 연동 가격결정방식 때문이다.

이 방식은 연초 통계청이 발표하는 우유생산비 증감률을 기준 삼아 낙농가의 원유 납품가격을 매기는 방식이다. 매년 8월1일 정부와 낙농가가 협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협상때마다 원유가격을 더 받으려는 낙농가, 소비가격 인상을 걱정하는 정부, 생산 원가를 줄여야 하는 유제품 제조회사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심한 진통을 겪는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협상 시한이 지났으나 우유의 원료인 원유 가격정책을 놓고 정부와 낙농가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그 틈새를 노리고 유가공업체들은  우윳값 기습 인상을 노리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게다가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낙농가의 '납품 거부'도 예상되고 있다.

해서 시중에선 벌써부터 우유 대란을 염려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윳값이 오르면 빵, 아이스크림 등 우유 사용 비중이 높은 제품 가격까지 상승하는 밀크플레이션이 오기 마련이다.

오르는 물가 속 이래저래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만 더 가중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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